“지난 3년 동안 우리나라 아동복지 분야에서는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동권리보장원의 출범이 대표적인 사례이자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한국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생각해야 하는 국가가 된 만큼 아동복지 분야에서도 그에 맞는 국격을 갖춰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동기본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합니다."
13일 윤혜미(사진)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아동복지와 관련해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지닌 공공·민간기관 8곳을 통합해 출범하면서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는 등 녹록지 않은 3년이었다”며 “아동 중심의 시각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아동 특성에 맞는 맞춤형 통합 서비스 체계를 설계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2018년 아동복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그해 12월 27일 아동권리보장원이 설립됐고 이듬해인 2020년 1월 그는 초대원장으로 취임했다.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교수이자 아동복지학계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가 초대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우리나라 아동복지가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실제로 아동권리보장원은 국가의 중장기적 아동정책수립과 평가, 아동 권리 실현, 서비스 전달 체계의 정교화와 전문화 등을 통해 아동 개인에게 발달 단계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지속적·통합적으로 제공해 아동의 발달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그동안 ‘권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아동이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한 것은 물론 아동복지가 결코 어려운 가정의 아동이 받는 복지 혜택이 아닌 ‘보편적인 사회 서비스’라는 인식을 확산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그럼에도 아동복지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아동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아동기본법 제정은 아동 관련 정책의 변곡점이 돼 아동에 대한 사회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유엔아동권리협약 당사국은 협약에 부합하는 국내법을 제정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우리나라도 유엔아동권리협약 당사국으로서 협약을 토대로 한 법률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의 아동 관련 정책과 법률들은 보호·보육·돌봄 등 특정 목적에 따라 개별적으로 제정과 개정을 거쳐 왔다”며 “아동을 권리의 주체로 보기보다 정책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으며 협약에 기반을 둔 모든 아동의 기본적인 권리를 다루지 못해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보호 대상 아동들을 위한 가정형 보호제도 강화도 시급한 정책으로 꼽았다. 그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 중 ‘탈시설 로드맵’과도 연결되는 정책”이라며 “유엔(UN)의 대안양육지침 21조에서는 아동이 가정 혹은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장원은 이에 따라 가정 위탁, 입양 등 가정에서 아동을 보호하는 제도의 개선과 활성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특히 학대 피해 아동, 2세 이하 영아, 장애아동 등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아동들이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관계 부처, 지방자치단체 등과 긴밀한 협조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동권리보장원의 출범으로 아동복지와 아동 인구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지금 인구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독일에는 이미 아동청이 있고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가 커다란 사회문제로 떠오른 일본도 아동청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2026년 초고령 사회(만65세 인구가 20% 이상을 차지)로 진입하고 합계출산율(15~49세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도 0.6명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아동복지 등에 대한 개념이 공감을 얻은 것도 사실 인구문제와 떼어서 설명할 수 없다”며 “아동은 미래의 인재이자 인력이라는 인식으로 보편적인 사회 서비스의 관점에서 아동복지에 대한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