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광둥어






2010년 7월 말 중국 광둥성 성도인 광저우에서 시민 2000여 명이 거리 집회를 열었다. 주로 20·30대인 참가자들은 ‘나는 광둥어를 사랑한다’ 등의 글귀가 적인 티셔츠를 입고 광둥어 노래를 부르며 행진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광둥어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시위가 일어나기 보름 전 광저우시는 그해 11월 열리는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지역 TV 주요 프로그램을 광둥어 대신 표준 중국어인 푸퉁화(만다린) 방송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저우 집회 일주일 뒤 홍콩에서도 연대 시위가 벌어지는 등 광둥어를 사용하는 중국 시민들의 분노는 한 달 넘게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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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어는 중국 광둥성 중서부 지역, 홍콩, 마카오 등에서 쓰는 중국 방언 중 하나다. 다른 지방 사투리보다 고대 중국어의 특징을 더 잘 보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용 인구는 약 1억 명으로 추정된다. 광둥어는 중국 정부가 인정한 표준어인 만다린과 크게 다르다. 만다린은 성조가 4개인 반면 광둥어는 9개나 돼 만다린만 배운 사람 대부분은 광둥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인들은 정부를 비판할 때 검열을 피하기 위해 광둥어·영어 등 다른 언어와 숫자·기호 등을 활용해 왔다. 2019년 홍콩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에서는 다양한 광둥어 속어들이 등장해 당국의 위선을 고발하기도 했다.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불만이 쌓인 광둥성 등 중국 남부 주민들이 온라인에서 광둥어로 중국 당국을 비판하고 있다고 미국 CNN이 최근 보도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쓸데없는 말을 지껄인다” “지옥으로 꺼져라” 등 정부를 겨냥한 거친 표현의 광둥어 게시 글도 있다고 한다. 중국 인터넷 검열 프로그램으로 광둥어로 된 욕설 등을 걸러내기 힘들어 정부 비판 수단으로 광둥어를 쓰는 중국인들이 많아졌다고 CNN은 전했다. 장기 집권 체제를 구축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밖으로는 패권·팽창주의, 안으로는 인권 억압 등 반민주적인 강권 통치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중국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우리 힘을 키우면서 자유민주주의·인권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들과 유대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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