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자금 조달을 위한 한전채 발행 문제가 금융과 산업 부문 등 경제 전반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박일준(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2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에너지전략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전력시장을 다변화하는 한편 전기요금 결정 시 관련 기구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차관은 “한전의 대규모 적자는 한전 지분 3분의 1을 보유한 산업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을 낮춰 기업대출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이 결국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며 경제 곳곳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차관은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 기업들이 전력을 공급하는 유럽만 봐도 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회사가 파산하는 구조”라며 “반면 우리나라는 한전이라는 공기업이 전력 공급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한전이 적자를 끌어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요금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점진적으로 소프트랜딩(연착륙)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며 내년에도 올해 인상분 이상의 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에너지 절약 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공공부문이 에너지 절감에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했던 공공기관 ‘차량 요일제’도 다시 시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도시가스에 액화석유가스(LPG)를 섞거나 일반 가정에서 참여할 수 있는 ‘에너지 캐시백’ 제도를 운영하는 등의 대책을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대상으로는 에너지 사용을 줄일 경우 세제 혜택을 주거나 제조 공정에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고효율 기술 개발 등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전기요금 산정 및 전력수급 제도의 일부 손질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차관은 “2002년 관련 제도를 개편한 후 벌써 20년이 된 만큼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며 “우선 전력시장 다원화를 위해 전력도매시장에서 전력가격을 경쟁입찰 형태로 결정하는 ‘가격입찰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고, 에너지 공급 사업자가 기존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전력구매계약(PPA)’제도도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요금이 에너지 공기업 이사회 이후 정부가 승인하는 형태로 결정되는데 이 같은 구조에서는 요금 인상분을 적시에 반영하기가 힘들며 정무적 고려도 많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가격 결정 구조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다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