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시장 ‘큰 손’으로 통하는 SK(034730)와 SK텔레콤(017670)이 총 6000억 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에 나서면서 올 해 회사채 시장이 문을 닫게 된다. 하이투자증권도 모회사인 DGB금융지주(139130)의 보증 아래 최대 3000억 원의 회사채 발행에 도전한다. 최근 자금 시장의 경색 기조가 여전한 가운데 세 회사 모두 AA+에서 AAA의 우량 신용등급을 앞세워 시장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며 성공적으로 자금을 조달할지 주목된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는 공모 회사채 2900억 원 발행을 목표로 이달 30일 수요예측에 나설 계획이다. SK는 올 들어 총 1조 11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연간 발행 한도가 2900억 원 정도 남았는데 이를 채우며 미리 현금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도 약 3100억 원 가량 공모 회사채를 찍어내기 위해 다음달 초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만기 구조는 2년물과 3년물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이 올 해 공모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지난 4월과 8월 이후 세 번째다.
SK와 SK텔레콤은 각각 신용등급이 AA+와 AAA다. 아직 구체적인 금리 수준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IB 업계에선 두 회사가 개별 민간 신용평가사 금리(개별 민평)에 50bp(1bp=0.01%포인트) 안팎의 가산 금리를 얹어 발행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대략 6% 안팎에서 발행 금리가 결정될 것으로 분석된다.
하이투자증권도 이달 29일쯤 수요예측에 나서 약 15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수요예측이 흥행할 경우 발행액을 3000억 원까지 늘릴 방침이다. 하이투자증권은 DGB금융지주의 지급 보증을 바탕으로 신용등급을 AAA로 인정받는 데 성공했다. 개별 민평 금리에 70bp 안팎을 얹어 6%대에서 조달 금리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 기업의 발행을 끝으로 올 해 공모 회사채 시장은 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24일 기준금리를 또 올려 SK와 SK텔레콤, 하이투자증권이 순조롭게 자금을 확보할 지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채권발행시장(DCM) 분야 1위인 KB증권이 이들 기업의 회사채 발행 주관을 모두 맡으면서 업계에선 일단 별 탈없이 발행이 이뤄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올 해 회사채 발행 시장은 금리 급등으로 지난해 대비 크게 부진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10월 일반 회사채 발행액은 총 28조 8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4조 3000억 원)보다 15조 5000억원 감소했다. 지난 10월 일반 회사채와 금융채, 그리고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합친 총 회사채 발행액도 약 8조 3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9.5%나 급감했다.
시중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회사채 이자 부담도 덩달아 커지자 기업들의 발행 규모가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AA 등급의 LG유플러스가 1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둬 500억 원의 미매각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SK와 SK텔레콤, 하이투자증권을 끝으로 올 해 공모 회사채 시장은 사실상 종료된다" 면서 “세 곳 다 우량 신용등급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이들 기업의 발행 결과가 내년도 회사채 시장의 반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