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확대를 명분으로 24일부터 본격적으로 파업(운송거부)에 돌입하자 전국 시멘트 공장에서는 출하 작업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파업이 이어지면 다음 주부터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피해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에 한국시멘트협회는 파업을 명분 없는 운송 거부라고 규정하며 중단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날 화물연대는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육로에서 시멘트 운반을 담당하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 운행은 사실상 멈춘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업체는 이를 대신 철도와 해상으로 출하를 진행했지만 평상시 대비 작업 수준은 원활하지 않다는 게 대다수의 진단이다. 일부에서 노조원과 비노조원의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 업체 관계자는 “출정식이 열린 한 시멘트 공장 앞에는 조합원들이 일찍부터 차량을 몰고 와 차량을 줄지어 세워 놨다”며 “이른 아침 일부 소수 물량이 나간 것을 제외하면 출하 작업은 사실상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업계는 이번 파업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역대 최악의 한해가 될지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멘트 업체들의 체력은 크게 약해져 있다. 이런 가운데 1년도 안돼 대규모로 진행되는 파업인 탓에 업체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지켜본다. 한 시멘트 업체 관계자는 “9~12월 초까지 평시 대비 출하가 20% 이상 늘어나는 극성수기”라며 “가뜩이나 기업 실적이 좋지 않은데 한 해 실적을 결정할 시기에 운송 거부까지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말했다.
빨리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그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업체들은 보고 있다. 현재 레미콘 업체들은 사전에 쌓아둔 시멘트 재고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시멘트 제품 특성상 재고량이 한정된다. 이에 대략 이틀 뒤부터는 생산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음 주에는 전국 레미콘 공장의 절반 이상이 가동을 멈출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시멘트 업체들도 계속된 파업으로 출하가 막히면 쌓이는 재고 문제가 발생해 생산에 차질이 온다.
시멘트 업계는 파업을 멈추라고 요청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명분 없는 운송거부 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한다”며 “파업 이후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멘트 유통기지의 출하 방해, 비화물연대 화물기사의 운송 강제 저지 등의 물리적 행사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전력요금 인상에 따른 급격한 원가부담으로 시멘트 업계의 경영이 악화돼 이번 화물연대 파업이 심각한 경영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협회는 “지난 6월 발생한 8일간의 운송거부로 당시 시멘트 매출손실이 1061억원에 달하는 등 업계는 최악의 위기 상황에 직면한 바 있다”며 “정부도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하도록 신뢰 있는 조치를 마련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