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재테크

'금리정점' 왔나…다시 뜨는 장기예금

3년 이상 예금 한달새 4500억↑

미국 연준 속도조절 가능성 제기

한은도 이번달은 '베이비스텝'

금리 상승속도 둔화 전망 확산



올 들어 감소세를 보였던 3년 이상 장기 정기예금 잔액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 필요성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밟으면서 금리가 정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판단이 늘어난 때문으로 풀이된다.



27일 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3곳의 3년 이상 정기예금 잔액은 23일 기준 11조 1466억 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4542억 원가량 증가했다. 올해 은행 3곳의 3년 이상 정기예금 잔액은 꾸준히 10조 1000억~10조 2000억 원 선을 유지하다가 올해 8월 10조 원대로 줄어든 뒤 9월에는 9조 8864억 원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잔액이 늘기 시작했다. 지난달 3년 이상 정기예금 잔액은 10조 6924억 원으로 전달보다 8059억 원 늘었다. 올 들어 장기 예금 잔액이 두 달 연속 늘어난 것은 처음이다.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KB국민은행도 이달 3년 이상 정기예금 잔액이 전달보다 8%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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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금리 상승에 따른 은행예금으로의 ‘머니 무브’가 가속화됐지만 사실 만기 3년 이상 정기예금은 상대적으로 소외를 받아왔다. 장기 예금 잔액이 줄어드는 동안 1년 또는 6개월 만기의 단기 예금에는 자금이 급격하게 몰렸다. 실제로 9월 3곳 은행의 1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157조 8784억 원으로 전달보다 8조 원 늘어났고 지난달에는 164조 2684억 원으로 이전 달 대비 6조 3901억 원 늘었다. 이달에도 23일 기준 164조 1748억 원으로 전달보다 936억 원 적기는 하지만 아직 월말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기 예금 잔액이 크게 늘고 단기 예금 잔액 증가 속도가 둔화되는 것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변화로 볼 수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1년 만기 정기예금을 가장 많이 찾지만 최근에 3년 이상 정기예금 가입도 꽤 많이 늘어났다”며 “절대적인 규모는 단기 예금이 많지만 증가율로 보면 장기 예금이 더 높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2분기부터 가속화됐던 시중금리 상승세 속도가 앞으로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장기 예금으로도 자금이 이동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CPI 발표 이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이 제기되고 한은 역시 이달 2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베이비스텝을 밟았다. 이 때문에 이전과 같은 가파른 금리 상승은 없을 것이라는 예측에 장기적으로 돈을 묻어둬야 하는 개인·법인 고객들이 지금이 금리 피크에 가까울 수 있다는 판단에 장기 예금 예치를 늘린다는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 장기 예금이 늘어나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 단기자금 위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보다는 장기자금이 유입되는 것이 은행으로서는 앞으로의 자금 운용에 계산이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장기 예금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움직임에 힘을 싣기 위해서는 장기 예금 금리를 올릴 필요도 있는데 이럴 경우 높은 금리를 2~3년간 계속 제공해야 하는 만큼 은행의 부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단기보다는 장기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은행으로서는 유리하지만 그렇다고 또 장기 예금 금리를 단기 예금보다 더 높이자니 앞으로 부담으로 작용할까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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