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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앞둔 코인 과세 '날벼락'…가상자산 시장 '고사' 우려

규제 피해 해외 거래소 대거 이동 전망

'연말 종가' 취득가액 산정 기준 모호

증빙 과정서 혼란 예상

"과세 인프라 추가 보강해야"

/출처=셔터스톡/출처=셔터스톡




가상자산 과세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과세 시기를 2025년으로 2년 유예하는 방침을 두고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 침체와 더불어 FTX 사태 등으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섣불리 과세를 시행했다간 자칫 시장이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가상자산 거래 소득에 대한 과세 시점을 당초 예정된 2023년에서 2025년으로 2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오는 2023년부터 가상자산에 투자해 250만원(기본 공제금액)이 넘는 소득을 낸 사람은 20%의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하는데, 과세 시점을 2025년으로 재차 미루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조세소위원회가 지난 22일 한 차례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 했다. 과세 시행을 한 달 앞두고 여야 의견이 갈리는 금융투자세와 묶여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금융 당국이 과세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년부터 과세가 시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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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내년부터 과세를 시행하면 투자자들이 과세 의무가 없는 해외 거래소로 대거 이탈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해외 거래소의 경우 거래 내역 파악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세 시행은 결국 투자자들을 해외 거래소, 장외 거래 등 위험한 투자 환경으로 내몰 것"이라고 우려했다.

취득가 산정 기준을 연말 종가로 반영할 경우 실제 소득 발생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예를 들어, 올 초 비트코인 가격이 6000만 원에 육박할 때 매수했더라도 연말까지 비트코인이 급등하지 않는 이상 취득가는 2000만 원선에서 산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만약 내년에 비트코인이 다시 5000만 원으로 상승한다면 3000만 원의 수익이 발생한 것으로 간주돼 불필요한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이장우 한양대 글로벌기업센터 겸임교수(업루트컴퍼니 대표)는 “올 해 들어 가상자산 가격이 90% 가까이 하락한 상황에서 취득가를 연말 종가로 일괄 적용할 경우 수많은 투자자들이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이 교수는 연말 종가 기준 취득가 산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투자자 스스로 취득가를 증빙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최근 주요 가상자산이 급락한 상황에서 대부분 투자자들이 취득가액을 증빙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과세가 유예될 것으로 알고 미리 준비하지 않은 투자자들도 많기 때문에 증빙 과정에서도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도 “최근 가상자산 시장 흐름을 감안할 때 당장 과세가 급한 사안이 아니라”며 “국회 합의를 통해 시장 상황이 조금 더 무르익었을 때 과세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세 인프라를 추가로 보강해 적절한 시점에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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