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30년의 베테랑 광부 박씨(57). 매일 지하 600m 아래까지 들어가 고된 작업을 이어가다 보니 허리 통증을 달고 산다. 허리를 펼 수 없을 만큼 좁은 공간에서 석탄을 채굴하고 옮기다 보면 허리에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고질적이던 박씨의 허리 통증은 석탄을 들어 올리다 허리를 삐끗한 뒤부터 더 심해졌다. 파스를 붙여도 통증이 줄지 않자 하는수 없이 병원을 찾은 박씨는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박씨는 잠시 일을 쉬고 치료에 집중하라는 의료진의 권고를 듣고 구체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기로 한다.
최근 전 국민에게 큰 희망을 안겨준 사건이 있었다. 지난 10월 26일 경북 봉화군의 아연 채굴 광산에 고립된 광부 2명이 사고 221시간 만인 11월 4일에 극적으로 구조된 것이다. 구조 당시 건강 상태는 양호했으며 극한의 상황에서 함께 커피믹스를 나눠 먹으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기적 같은 생존기가 화제를 모은 가운데 광부들의 근무 환경 개선도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실제 광부들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높은 노동강도로 다양한 직업병에 노출돼 있다. 탄광 안에 가득 차 있는 암석 분진은 각종 호흡기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인다. 중장비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폭약 소리는 청각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갱도를 굴착하고 채취된 암석을 운반하는 작업은 허리디스크를 비롯한 척추 질환의 발생 위험을 키워 주의가 필요하다. 광부들은 높이가 낮은 갱도에서 허리를 앞으로 구부린 자세로 장시간 일하게 된다. 이렇게 불안정한 자세로 무거운 중장비를 사용해 작업을 이어가다 보면 척추 전반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척추를 지탱해주는 근육과 인대를 약하게 만들고 척추뼈 사이 디스크(추간판)를 탈출시켜 허리디스크로 이어질 위험을 키운다.
고된 작업으로 경직된 근육과 인대를 풀기 위해서는 근무 중 틈틈이 스트레칭을 실시해 누적된 피로를 해소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묵직하고 쑤시는 허리 통증이 2주 이상 이어지거나 △허리부터 엉덩이, 다리까지 통증 및 저림이 나타나는 경우 △허리를 숙이거나 앉아 있을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에는 허리디스크가 의심되므로 즉각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한방에서는 허리디스크 치료를 위해 추나요법과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다. 추나요법은 틀어진 척추 및 주변 근육의 위치를 바로 잡아 통증을 줄이고 기능을 원활하게 만든다. 침 치료를 통해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의 긴장을 완화하고 약침 치료로 염증을 완화해 손상된 근육과 인대의 빠른 회복을 돕는다. 증상에 맞는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척추 조직 강화와 재발 방지에 효과적이다.
허리디스크에 대한 한방통합치료의 효과는 연구논문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학술지인 ‘통합의학연구(Integrative Medicine Research)’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허리디스크 환자가 한방통합치료를 받은 후 10년간 통증 및 기능 호전 양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허리디스크 환자를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한방통합치료 전 요통·하지방사통 시각통증척도(VAS)는 각각 4.39점, 7.42점으로 중등도 수준이었지만 6개월 뒤 통증이 거의 없는 수준인 1.07점, 1.09점까지 떨어졌다. 10년 후 측정한 VAS 점수는 1.15점, 0.88점으로 개선 또는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수가 높을수록 요통으로 인한 기능장애가 심함을 나타내는 기능장애지수(ODI)도 치료 전 41.36점에서 치료 6개월 후 11.84점, 10년 이후에는 11.26점으로 좋아졌다.
건강 악화의 위험 속에서도 광부들은 자신들의 오랜 일터를 지키며 오늘도 온몸을 땀으로 적시고 있다. 광부 개인의 건강 관리는 물론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하기 위한 사업장 및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 김동우 울산자생한방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