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이 13일 흥국생명에 4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할 것으로 파악됐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8일 5억 달러(약 5600억 원)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중도상환(콜옵션)을 거부했다가 번복하면서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시중은행들을 대상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을 발행해 급한 불을 껐지만 대주주와 태광그룹이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본지 11월 8일자 1·3면 참조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003240)은 13일 이사회를 열어 흥국생명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약 4000억 원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흥국생명은 2017년 발행한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 상환 시점인 11월 9일 상환에 대해 조달 금리 인상을 이유로 1일 거부했다가 7일 상환하기로 변경했다. 이 때문에 5600억 원 규모의 자금 중 4000억 원은 시중은행이 RP를 통해 자금을 지원했고, 1600억 원은 그룹 자금을 수혈해 위기를 넘겼다.
이번 유상증자는 만기가 최대 1년인 RP 상환과 앞으로 증자를 고려해 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절차다. 태광산업은 9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만 6251억 원이고, 매출 2조 844억 원에 달한다. 중견 생보사인 흥국생명 역시 9월 말 영업이익이 3494억 원으로 큰 성장은 없지만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태광그룹의 이번 증자 배경에는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한국 신용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흥국생명 콜옵션 거부 번복 논란이 더 이상 번지지 않아야 한다는 금융 당국의 우려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흥국생명의 최대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얼마나 사재를 출연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흥국생명은 이 회장이 56.3%를 들고 있고 나머지도 회장 일가와 대한화섬 등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다. 반면 태광사업은 흥국생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흥국생명은 물론 태광산업 등 계열사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참여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다만 이 회장 본인의 여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 그룹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