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의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며 ‘가석방 불원서’를 제출한 가운데 대통령실과 여권은 14일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전 지사는 내년 5월 만기 출소를 앞두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데 반응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사면에 대한 기본 원칙과 기조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사면은 아직 결정된 게 아직 없다“라면서도 “‘김 전 지사가 과연 양심수이냐’라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이날 "양심수 코스프레"라며 비판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거참, 무슨 '양심수 코스프레'…정치 근육 키우긴가"라고 비꼬았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면장우피'(面張牛皮·얼굴에 쇠가죽을 발랐다), 죄를 짓고도 큰소리치는 민주당 출신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여론조작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더럽힌 것에 대한 반성은커녕 자신이 양심수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전 지사의 행태를 보면 독립운동하다 투옥된 독립투사라도 되는 줄 착각하겠다"며 "양심수 코스프레는 그 자체로 국민을 기만하는 행태다. 지금이라도 죄를 지은 것에 대해 반성하고 자숙하기를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여론을 조작해 대선 민심을 조작·왜곡한 김 전 지사의 행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중대범죄"라며 "반성하지 않는 김 전 지사에게는 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다음 대선 출마를 위한 체급 부풀리기를 기도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런다고 되겠나"라며 "국민은 '가붕개'(가재, 붕어, 개구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전날 김 전 지사는 부인 김정순씨를 통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자필 '가석방 불원서'를 통해 "나는 가석방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부인 김씨도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들러리가 되는 끼워넣기, 구색 맞추기 사면을 단호히 거부한다"는 김 전 지사의 뜻을 전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김 전 지사를 사면하더라도 내년 5월까지인 잔여 형기를 면제하는 데 그치고 정계 복귀의 길을 터주는 복권은 해주지 않을 것이란 일각의 전망에 반응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김 전 지사 측이 복권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정치 보복' 피해자임을 자처하기 위해 이런 입장을 낸 게 아니냐고 보는 분위기가 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오는 28일께 연말 특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유력한 가운데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나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여야 정치인이 함께 포함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