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국전기연구원, 전기 분야 소부장 'R&D 산실' 자리매김

금속·그래핀 복합전극 기술 개발

국가연구 우수 성과 100선 선정

모빌리티·배터리와 전장부품 활용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원들이 2차전지연구실에서 차세대 2차전지를 실험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전기연구원한국전기연구원 연구원들이 2차전지연구실에서 차세대 2차전지를 실험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전기연구원




경남 창원시 성주동에 본원을 둔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기 분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의 산실로 거듭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은 설립 이후 전력망 및 신재생에너지, 초고압직류송전(HVDC) 및 전력기기, 전기 추진 및 산업응용 기술, 차세대 전력반도체, 전기기술 기반 융합형 의료기기 등의 분야에서 혁신 기술을 잇따라 개발하며 대한민국의 산업 발전에 기여해왔다. 최근에는 모든 일상에서 전기가 기반이 되는 ‘전기화 시대’를 서도하기 위해 첨단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은 ‘2022년 국가연구개발 우수 성과 100선’에 ‘미래 모빌리티 배터리 및 전장부품용 금속·그래핀 복합전극 개발’이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해당 기술은 12개만 뽑히는 최우수(기계·소재 부문) 기술로 선정됐다. 차세대 전기차 분야를 주도할 핵심 기술로 꼽히고 있어 국내 전기차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해당 기술은 크게 ‘리튬이온전지용 고용량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 기술’과 ‘전장부품용 저가형 구리·그래핀 복합 잉크 기술’로 나뉜다. 리튬이온전지용 고용량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 기술은 친환경 전기차·드론·로봇 등의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전지의 차세대 음극 소재인 실시콘의 단점을 그래핀으로 보완해 상용화 가능성을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실리콘은 기존에 사용되던 흑연보다 에너지 밀도가 10배나 높고 충·방전 속도도 빠르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충·방전 시 부피가 팽창하고 전도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전기연구원은 전도성이 우수하고 화학적으로 구조가 안정된 그래핀을 실리콘과 결합해 이상적인 리튬이온전지용 고용량 음극재를 제조했다.



전문가들은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 기술을 전기차에 적용할 경우 배터리의 성능을 높여 주행거리를 약 20% 이상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탁월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전기 분야 소부장 전문기업인 HNS에 기술이전을 완료했고 현재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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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부품용 저가형 구리·그래핀 복합 잉크 기술은 일종의 전기가 통하는 잉크다. 각종 전기·전자기기의 부품 제조는 물론 소부장산업 전반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기연구원이 개발한 기술은 잉크의 재료를 기존 은 대신 가격이 10분의 1 수준인 구리로 변경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구리는 은보다 녹는점이 높고 공기 중에 노출되면 표면에 산화막이 쉽게 형성되어 전기가 흐르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하지만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액상합성법을 통해 구리 표면에 그래핀을 효과적으로 합성함으로써 구리의 산화 방지는 물론 잉크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정 기술을 확보했다.

해당 기술이 상용화되면 수입 의존도를 대폭 낮출 수 있을 전망이다. 정밀 부품을 제조하기 위한 은 기반 잉크는 일본 등 해외 업체의 수입 의존도가 95%에 달하고 있다. 이번 기술은 금속잉크 전문기업인 대성금속에 기술이전이 완료됐고 현재 디스플레이 및 모빌리티 전장 배선에 활용되고 있다.

‘전기차용 차세대 전고체전지 소재 원천기술’도 한국전기연구원이 독자 기술로 개발한 기술이다. 전고체전지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 대신 화재나 폭발 위험성이 낮은 고체로 대체한 것이다. 높아진 안전성 덕분에 온도 변화나 외부 충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나 분리막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 때문에 2차전지의 핵심 경쟁력인 고용량·소형화·다변화를 이끌 기대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전고체전지는 제조 공정 및 양산화의 어려움, 높은 단가, 계면 불안정성 등 상용화까지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의 성과는 이러한 전고체전지의 한계를 극복하고 상용화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차세대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한·중·일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한국 배터리산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대표 기술로 평가된다.

이건웅 한국전기연구원 전기재료연구본부장은 “한국전기연구원은 전기 분야 소부장산업에 원천기술을 제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국내 기업들의 자생력을 높여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나가고 있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전기 분야 소부장산업의 혁신을 이끌어가는 대표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창원=황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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