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가 우리들의 가슴을 울렸다. 이달 3일(한국 시간) 포르투갈과의 대회 H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2 대 1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대표팀 선수들이 이 문구가 적힌 태극기를 흔들면서 화제가 됐다. 이른바 ‘중꺾마’다. 손흥민도 “우리가 흔들렸다면 경기장에서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을 거다. 어려운 상황에도 이겨내는 끈기는 우리가 준비 과정에서 잘해왔기 때문에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중꺾마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중꺾마처럼 팬들의 마음을 흔든 ‘2022년 스포츠를 빛낸 말말말’을 꼽아봤다.
◇세계를 놀라게 한 챔피언들의 말=우상혁(26)은 3월 세계실내육상선수권에서 금메달(2m 34), 7월 실외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은메달(2m 35)을 땄다. 모두 한국 육상 최초 기록이었다. ‘한국 육상은 안 된다’는 인식을 보기 좋게 깨부쉈다. 우상혁은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그는 “나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목표로 뛴다”며 2024 파리 올림픽에서의 금빛 도약을 준비했다.
전 세계 골프 팬을 놀라게 한 챔피언은 김주형(20)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20세 3개월 만에 투어 2승을 달성하며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2승 기록(20세 9개월)을 6개월이나 앞질렀다. 그는 “우상인 우즈와 비교되는 게 믿기지 않는다. 꿈이 현실이 됐다”고 기뻐했다.
3년 8개월 만의 우승. 메이저 사냥꾼 전인지(28)는 6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그랜드슬램 달성에 1개 대회만을 남겨놓았다. 그는 “(긴 가뭄에도) 다시 우승할 수 있다고 믿었다. 내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그들의 말=‘한국 수영의 괴물’ 황선우(19)의 성장세는 진행형이다. 6월 롱코스(50m) 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 은메달로 박태환의 금메달 이후 11년 만에 이 대회 경영 종목 메달 기록을 쓰더니 이달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에서 자유형 200m 2연패를 이뤘다. 아시아 신기록과 함께였다. 황선우는 “지금의 기량만 잘 지킨다면 아마 ‘제일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는 2022 KBO리그 정규 시즌 타격 5관왕과 최우수선수(MVP)를 휩쓴 뒤 아버지인 레전드 이종범(52)을 언급했다. “제게 늘 따라다녔던 ‘이종범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비로소 야구 선수 이정후로 당당히 서게 됐습니다.” 이정후는 2023시즌 뒤 미국 메이저리그(MLB) 진출에 도전한다. MLB 월드시리즈 문턱에서 돌아선 김하성(27·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빅리그 진출 후 첫 가을야구를 마무리한 뒤 “내년에는 맨 마지막에 웃겠다”며 월드시리즈 진출 그 이상을 기약했다.
◇왕좌에 오른 자만이 할 수 있는 말=SSG 랜더스는 KBO 출범 40년 만에 처음으로 정규 시즌 개막일부터 종료일까지 한 번도 1위를 뺏기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통합 우승했다. 구단 인수 뒤 두 시즌 만에 ‘퍼펙트 시즌’을 이끈 정용진 SSG 구단주는 “내년에는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와서 세상에 없던 야구, 신나는 야구를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청라 스타필드 돔구장 계획을 본격화할 정 구단주는 이달 MLB 우승팀인 휴스턴의 홈구장 미닛메이드파크를 둘러본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챔피언끼리는 통하는 뭔가가 있음’이라고 적기도 했다.
올해 국내 코트로 돌아온 ‘배구 여제’ 김연경(34·흥국생명)의 그다운 한마디도 빼놓을 수 없다. 후배들에 대한 조언에 관한 질문에 그는 “사실 후배들에게 크게 얘기하는 부분은 없다”며 “오늘도 조언 대신 ‘내 책 좀 읽어봐라’는 얘기만 했다”고 말했다. 2017년에 낸 ‘아직 끝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자서전이다.
위대한 기록을 남기고도 한없이 자세를 낮추는 이도 있다. 손웅정(60) 손축구아카데미 감독은 아시아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오른 아들 손흥민(30·토트넘)을 두고 “월드클래스가 아니다”라며 “나는 흥민이의 축구가 늘 10%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