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구순 앞둔 두 대배우 열정, 겨울무대 달구다

88세 이순재 연극 '갈매기' 연출

66년 배우인생 버킷리스트 이뤄

86세 신구 '넓은 하늘의…' 출연

'두 교황' 이후 두달만에 또 무대에


80대 후반, 현역 최고령 배우들의 연기를 향한 열정은 해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바로 지난해부터 쉬지 않고 잇따라 연극무대에 오르고 있는 배우 이순재(88)·신구(86)의 이야기다. 이순재는 배우 인생 66년만에 처음으로 연극 ‘갈매기’를 직접 연출하면서 출연까지 하고 있다. 신구 역시 연극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

배우 이순재가 연기 인생 66년만에 처음 연출한 연극 ‘갈매기’의 한 장면. 연합뉴스배우 이순재가 연기 인생 66년만에 처음 연출한 연극 ‘갈매기’의 한 장면. 연합뉴스





이순재는 지난 달 21일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갈매기’로 안톤 체호프의 작품을 연출하겠다는 66년 연기 인생의 ‘버킷 리스트’를 이뤘다. ‘바냐 아저씨’ ‘세 자매’ ‘벚꽃 동산’과 더불어 체호프의 4대 장막극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작가를 꿈꾸는 트레플례프와 배우 지망생 니나의 비극적 꿈과 사랑을 그린다. 당대 귀족 사회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와 섬세한 감정 표현, 여러 명대사로 사실주의 연극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평소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고 말하는 그의 지휘 아래 주호성, 이항나, 오만석, 소유진, 김수로, 강성진, 진지희 등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이순재 역시 대지주 쏘린 역할로 출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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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원작의 메시지와 사상, 철학을 정확히 전달하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특히 작품에 등장하는 죽은 갈매기는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체제 밑에서 좌절된 젊은이들의 꿈을 상징한다. 이순재는 “이러한 체제 하에서 젊은이의 미래는 없다고 비판한 체호프의 메시지를 그대로 전하려 한다”며 “시대가 바뀌어도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다음 달 5일까지.

연극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의 한 장면. 사진 장면=극단 수연극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의 한 장면. 사진 장면=극단 수


신구는 지난해 ‘라스트 세션’ 공연 중 코로나19에 확진되는 고생을 했다. 그럼에도 8~10월 연극 ‘두 교황’에 출연한데 이어 지난달 18일부터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개막한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에도 나온다. 그는 이에 대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그저 웃으며 “연극을 진행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됐다. 하고 싶으니까 하지요”라고 짧게 말했다.

이번 작품은 충청도 어느 소도시 변두리의 폐관을 앞둔 영화관 ‘레인보우 씨네마’를 배경으로 극장주 조한수와 아들 조원우, 극장의 첫 주인이었던 조병식 3대의 이야기를 다룬다. 폐관 소식에 극장으로 몰린 사람들이 각자 추억과 사연을 펼치는 동안 마지막 상영회가 열린다. 신구는 이번 작품에 대해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서 살며 바쁜 물결 속에서 소중한 것들을 놓치는 게 많을 거 같다”며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연극”이라고 소개했다. 2018년 초연 당시 교내 따돌림, 가족 부양 문제 등 사회, 개인의 아픔을 담담하면서도 따뜻하게 풀어냈다는 평가로 2020년 서울연극제 대상을 받았다. 배우 손병호가 조한수 역으로 나오며, 그룹 인피니트 출신 이성열은 조원우 역할로 연극무대에 데뷔한다. 공연은 다음 달 19일까지.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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