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근로자들이 처음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3일(현지 시간) 미 통신근로자노동조합(CWA)은 이날 MS의 비디오게임 부문 자회사인 제니맥스 스튜디오 근로자 300명 중 과반이 노조 설립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미국 사업장에서 MS 근로자들이 노조를 만든 것은 처음이다.
제니맥스에서 게임 품질 테스트를 하는 직원들이 이번 노조 결성을 주도했다. 이 노조는 미국 비디오게임 업계에서 가장 큰 노동자 조직이 될 전망이다. 제니맥스는 '엘더스크롤'과 '폴아웃', '둠' 등의 인기 게임 시리즈로 알려진 업체로, 2021년 MS에 인수됐다. 노조 결성을 이끈 웨인 데이베리는 MS에 인수되기 전부터 노조 설립 운동이 진행됐고 이번에 결실을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MS도 제니맥스 노조를 인정하기로 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MS는 대형 게임개발사 엑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나서며 친(親) 노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블리자드는 2021년 사내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로 홍역을 치렀고 이후 내부에서 노조 활동이 본격화했다. MS는 작년 1월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여론 등을 고려해 블리자드 노조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블리자드 인수 허가를 받아야 하는 MS는 작년 6월 CWA와 노동 중립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협약은 MS가 노조 가입 의사를 밝힌 직원들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근로자들이 공개적으로 노조 결성을 논의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 MS는 "회사 내부에서 결성되는 어떤 노조와도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혀 노조 결성에 부정적인 테크업계의 다른 기업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CWA의 크리스토퍼 셸턴 위원장은 "다른 비디오게임, 빅테크들은 노조를 결성하려는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했지만 MS는 직원들에 대한 약속을 지켰다"고 추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