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재차 반대 입장을 냈다. 개정안이 2월 임시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지금 생산되는 쌀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소화하느냐와 관계없이 무조건 정부가 매입해 주는 이런 식의 양곡관리법은 농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가격의 안정과 우리 농민들의 생산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주기 위해서 정부가 일정 부분 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에 무제한 수매라고 하는 양곡관리법은 결국 우리 농업에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앞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8일 여당의 반대에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기로 단독 의결했다. 쌀 생산량이 수요 대비 3% 이상을 초과하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할 때 정부의 양곡 매입(시장격리)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특정 법안 심사가 60일간 논의 없이 계류될 경우 소관 상임위의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여야 합의 없이도 법률안을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당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시장격리가 의무화되면 쌀 초과 생산량이 2030년까지 64만 톤(t)까지 폭증할 것이고 매입비만 1조 4000억 원 이상 소요될 우려가 있다”며 “민주당이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통과시킨다면 대통령께 거부권을 행사해 주실 것을 적극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0일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 때도 “야당이 비용 추계서도 없이 (개정안을)통과시켰다”고 지적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법으로 매입을 의무화하면 격차가 벌어지고 과잉공급 물량을 결국 폐기해야 한다. 농업 재정 낭비가 심각하다”며 “국회에서 조금 더 심도 있는 논의를 해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농식품부와 해수부에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부처로서 제일 중요한 것이 농축산 산업과 해양수산 산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라며"산업 고도화와 혁신을 통해 수출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 특히 해수부를 향해선 “수출을 위해선 물류가 매우 중요하다. 스마트 항만, 물류 시스템의 디지털화 및 고도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농·수산업을 1차 산업이라고 하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1차·2차·3차 구별은 의미가 없다”며 “어떤 사업이든 디지털 혁신을 통해 경제적 고부가 가치를 창출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 혁신으로 무장한 우리 청년들이 농·수산 스타트업을 만들고 기술 개발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갖춰 수출 산업으로 성장시키도록 돕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며 “농업의 고부가 가치 창출을 위해 기업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시장을 조성하고, 재정 지원뿐 아니라 금융 기관과 연계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