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이 기르던 반려동물들이 구조돼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홈페이지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 송치된 이기영(32)의 거주지에 남겨졌던 반려동물들이 모두 새 주인에게 입양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는 이기영이 살던 경기 파주시 한 아파트에 방치됐던 고양이 3마리와 개 1마리가 모두 입양 절차를 밟았다고 10일 밝혔다.
이기영의 반려동물들은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가 보호 중이었다. 앞서 이기영이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범행이 발각돼 경찰에 체포되자 이 동물들은 빈집에 방치됐었다. 이후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가 주민으로부터 개가 짖는다는 민원을 접수했고, 파주시청과 경찰에 협조를 구한 뒤 이기영에게 반려동물 포기각서를 받아 구조했다.
통상 20일가량 입양 문의가 없을 시 보호소는 원칙적으로 구조된 동물들을 안락사 시킨다. 이 동물들도 예외는 아니었으나, 언론보도를 통해 이 같은 사연을 접한 시민들이 입양 문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동물보호단체 카라(KARA)는 논평을 통해 “(이기영 거주지의) 동물들이 보호자를 잃은 것으로도 모자라, 지자체의 부적절한 행정에 의해 한순간에 안락사 명단에 올라 생명을 잃을 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죄 현장에 남겨져 위기에 처한 동물의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자신이 당한 학대를 말로 직접 설명할 수 없는 동물들은 범죄 현장에서 발견되어도 피학대동물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외면당하는 것이 국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기영은 지난해 12월 20일 음주운전을 하다가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60대 택시 기사를 집으로 데려와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이보다 넉 달 앞선 같은 해 8월 7~8일에는 파주시 집에서 집주인이자 동거하던 5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공릉천변에 매장한 혐의도 있다.
숨진 동거녀의 시신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범행일 이후 파주지역에 200㎜가 넘는 집중 호우 등으로 시신 유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수색 범위를 확대해 시신 수색작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