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한때 인기를 누렸던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 근로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몇 개월 전만 해도 단순보조작업자(조공)도 한 달에 500만~60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입소문과 함께 구직자들이 대거 몰렸지만 최근에는 임금이 줄고 연장 근무가 축소되면서 수입이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11일 반도체와 건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의 협력 업체 현장 채용 상황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005930)의 평택고덕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에서는 매주 평균 1000명 가까운 신규 근로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지만 최근에는 20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올해 ‘설비투자 감축’을 선언한 SK하이닉스(000660) 현장은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특히 별다른 기술 없이 숙련공을 보조하는 조공의 일거리와 수입이 크게 줄었다. 최근 각 협력 업체 등이 모집하는 공고를 보면 한때 최대 16만 원까지 올랐던 일당은 최근 13만 원 수준으로 내려갔다. 과거에는 ‘기본’이었던 연장·철야 근무가 대폭 줄거나 사라지면서 월 소득이 300만 원이 채 안 된다는 하소연도 곳곳에서 나온다. 팀을 꾸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한 근로자는 “요즘은 완전 신입은 뽑지도 않고 기존 인력까지 줄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때 사람이 부족해 조선소 등 다른 업종의 근로자까지 웃돈을 주고 데려올 정도였던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이 급변한 것은 업계에 몰아친 업황 부진의 여파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69% 하락한 영업이익을 잠정 발표했고 SK하이닉스는 4분기 적자가 기정사실화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4조 3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었던 청주 공장 증설을 보류했다. 삼성전자는 설비투자 규모를 줄이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각종 운영비를 줄이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투자 위축의 부정적 여파가 실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기업의 빠른 투자로 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각종 파급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며 “정부가 발표한 설비투자 세액공제 상향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기업들의 투자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