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중복 조합원 제거하니 전교조에 밀린다”…교사노조 ‘술렁’

"전교조 조합원, 교사노조에 근소한 차로 앞서"

전교조 회복세…교사노조는 보건교사노조 탈맹

단체교섭 창구 단일화·국교위원 추천 불리해져

"전교조 제안 받아들인 게 패착"…교사노조 동요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를 위한 국교위 제6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를 위한 국교위 제6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 남은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위원 추천권을 두고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조합원 수 확인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중복 조합원을 걸러낼 경우 전교조의 조합원 수가 교사노조를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노조 내부에선 국교위법에 중복 조합원 관련 규정이 없는 데다 전교조의 가처분 신청까지 각하됐음에도 대승적인 차원이라며 중복 조합원을 걸러내자는 전교조 제안을 받아들여 교육부 단체교섭과 이와 연계된 국교위 추천권까지 내주게 생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교육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전교조 조합원 수는 4만2900명 안팎이며 중복 조합원을 제외한 교사노조의 조합원 수는 이보다 근소한 차이로 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노동부가 발표한 2021년 노동조합 조직현황 기준으로는 교사노조가 전교조를 앞질러 최대 교원 노조로 올라섰다. 교사노조가 4만5098명, 전교조 4만3756명으로 전교조는 1989년 창립 이후 줄곧 지켜온 ‘최대 교원 노조’ 타이틀을 교사노조에 넘겨줬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는 교사노조는 5만 명을 넘어서 격차를 더 벌렸다.

노동부 노조 조직 현황을 포함해 통상적으로 노조 규모를 따질 때 중복 조합원 여부를 확인하지 않지만 국교위 위원 추천 과정에서 전교조는 중복 조합원을 제거한 실질 조합원 수를 집계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했다. 교사노조는 시도 단위 노조와 전국 단위 노조들의 연맹 형태로 이뤄져 있어 중복 조합원이 발생하는데, 노동부 조직현황 기준으로는 교사노조에 국교위 추천권을 내줘야 하지만 중복 조합원을 걸러낼 경우 교사노조를 앞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교사노조는 줄곧 “국교위법은 조합원 수를 확인하라고만 규정할 뿐, 복수 가입자 확인을 위한 규정도 방법도 없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합의가 지속적으로 결렬되자 전교조는 이를 문제 삼아 국교위를 대상으로 위원 추천 절차 중단 가처분 신청까지 했지만 결국 각하됐다. 교사노조의 주장이 맞았던 셈이다.

관련기사



하지만 오랜 시간 국교위 위원 추천과 이와 연계해 함께 진행하기로 한 교육부와의 2022 단체교섭 창구 단일화가 교착 상태에 빠지자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면서 중복 조합원을 제거한 수치를 확인하자고 양보했다.

이후 두 노조는 지난해 11월부터 논의를 진행하다 지난달 중복 조합원과 현직 교원이 아닌 조합원 등을 확인하는 방법을 두고 입장 차를 보이며 결국 합의가 결렬됐다. 교사노조는 전교조와의 합의 대신 단독으로 노동부에 조합원 수를 제출하기로 했다.

다만 합의 결렬 당시 교사노조 측이 전교조 조합원 수만 확인하고 중복 가입자를 제거한 교사노조 측 조합원 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교사노조가 중복 조합원을 제거하더라도 전교조에 앞선다는 판단을 내려 협상 테이블로 올라왔으나 예상보다 전교조 조합원 수가 많자 급하게 물러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교조 조합원 상당수가 지난해 퇴직 시기를 맞아 이탈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탈이 생각보다 적었던 데다 신규 가입자도 늘었다는 것이다. 그 사이 교사노조에서는 전국보건교사노조의 탈맹 등으로 500여명 이상이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결렬 당시 교사노조는 국교위 위원의 임기를 절반씩 나눠 하자는 제안도 했으나 전교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사노조는 전교조 조합원 가운데 퇴직자가 다수 포함돼 있다며 이를 뺀 조합원 수를 집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퇴직자 수치가 아직 전교조 행정 시스템에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교사노조의 조합원 수가 근소하게 밀리는 것으로 알려지자 교사노조 내부에선 애초부터 할 이유가 없었던 양보 때문에 주도권을 전교조에 넘겨줬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노조의 말대로 국교위법에는 복수 가입자 확인을 위한 규정도 방법도 없는 데다, 이와 관련한 전교조 가처분 신청까지 각하됐기 때문이다.

결국 두 노조의 운명은 노동부의 조합원 확인 방법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노동부는 18일 교사노조와 전교조, 전국보건교사노조 등 단체교섭 참여 의사가 있는 노조를 대상으로 조합원 수 확인 방법에 대해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재직증명서 확인 등의 방법이 거론됐으나 8만 명 이상에 이르는 교원의 재직 증명서를 일일이 발급·취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노조 측 반발이 큰 상황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확인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노조들과 논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중섭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