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17일 “거의 결심이 섰다”고 말했다. 직접 출마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선언 시기를 조율하는 일만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해임 결정에 윤핵관들의 이간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 큰 후폭풍을 일으켜 나 전 의원은 사면초가 상황에 몰렸다.
나 전 의원은 이날 대구 동화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출마에 대한) 마음의 결심은 거의 서가고 있다”며 “언제, 어떤 결심을 할지 말씀드릴 때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출마로 마음을 굳혔지만 윤 대통령의 순방 성과가 반감될 것을 감안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말로 읽힌다.
나 전 의원은 ‘정부의 성공을 향한 충정에는 변함이 없다’는 메시지도 내놓았다. 그는 “총선 승리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담보하는 것”이라며 동화사 스님에게 “정부의 성공을 기원해달라”고 말했다.
윤핵관들과의 충돌은 하루 만에 재개됐다. 나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자신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해임 등과 관련해 “전달 과정에 왜곡도 있었다고 본다.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을 에워싸서 눈과 귀를 가리는 여당 지도부는, 결국 대통령과 지지 세력을 서로 멀어지게 할 것”이라며 대통령실 참모진과 윤핵관들을 저격했다. 그는 “당 대표의 덕목은 국민의 뜻을 대통령께 이간하지 않고 잘 전달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런 직격 발언은 여권의 대대적인 반발을 불렀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며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처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여당 초선(총 63명) 의원 48명은 규탄 성명서를 내고 불출마를 압박했다. “출마 명분을 위해 대통령의 뜻을 왜곡하고 동료들을 간신으로 매도해 갈등을 조장한다”고 밝힌 이들은 “추방돼야 할 정치적 사기 행위”라며 윤 대통령에게 공식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도 KBS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결부시켜 (출마)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것은 조금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회동하며 수도권·중도층을 공략했다. 오 시장과의 차담 뒤 안 의원은 “전당대회에 대한 여러 가지 조언과 덕담을 해줬다”며 정책을 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 표현을 자제해달라는 김기현 의원의 요청에 대해서는 “이미 김치냉장고를 사놓으셨다고 했는데 참 안타깝다”고 비꼬았다.
김 의원은 나 전 의원을 향해 “대통령의 해임 결정을 정치적 이익을 위해 왜곡한다면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라며 “당의 자산에서 분열의 씨앗으로 변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각을 세웠다. 김 의원은 “당 구성원 모두와 연대하는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끓여 한길로 나아가도록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