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이 사명인 ‘DB’를 상표로 등록한 업체에 낸 상표권 등록 무효 소송에서 완승을 거뒀다. DB그룹만의 상호로 식별력이 인정되는 것은 물론 양 사의 사업군이 일부 겹쳐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24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특허법원 제4-2부(정택수 부장판사)는 DB그룹의 지주회사인 디비아이엔씨가 화장품 소재 및 원료 의약품 전문 기업인 대봉엘에스를 상대로 낸 5건의 상표권 등록 무효 소송에서 모두 원고 승소 판결했다. 피고 측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대봉엘에스는 2019년 4월 ‘DB’라는 문자로 상표를 출원해 이듬해 7월 등록했다. 그런데 2017년 11월 ‘동부’에서 ‘DB’로 사명을 바꾼 DB그룹의 상표와 유사했다. 다만 대봉엘에스의 상표는 ‘DB’ 문자 왼편에 위쪽이 뚫린 세 개의 원이 동심원을 이뤄 한가운데 점이 찍힌 도형이 위치한 반면 DB그룹은 같은 위치에 3색으로 구성된 3개의 반원이 배치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문제는 두 회사의 사업 영역이 일부 겹친다는 점이다. 양 사의 상표는 화장품, 비누, 의료약 약제, 사료 등 분야에서 지정 상품이 같다. DB그룹 측은 2020년 8월 특허심판원에 “대봉엘에스가 등록한 ‘DB’ 상표를 무효로 해달라”며 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특허심판원은 “양 사의 표장이 유사하거나 DB그룹의 상표가 저명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불복한 DB그룹은 특허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DB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두 상표의 문자 부분은 일반 소비자나 거래자들의 평균적인 영어 교육 수준에 비춰 볼 때 한 번에 호칭하기 용이한 영문자 2개로 구성돼 있어 2음절인 ‘디비’로 동일하게 불릴 것”이라며 “동일하게 호칭되는 상표에 해당돼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가 출처를 오인·혼동하게 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대봉엘에스 측은 “DB 문자는 식별력이 없어 도형 부분으로 표장의 유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양 사의 도형 부분이 달라도 구성과 형상에 비춰볼 때 특정한 관념을 떠올리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어 “대봉엘에스의 등록상표는 먼저 등록된 DB그룹의 등록상표, 일부 지정 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것”이라며 “등록이 무효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DB그룹 관계자는 “법원이 ‘DB’가 상표로서 식별력이 있으므로 향후 유사한 상표를 등록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만큼 판결을 토대로 상표권 침해 사례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