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들어 가장 강력한 추위가 불어닥친 25일 전국 곳곳에서 한파 피해가 잇따랐다. 빙판길 교통사고와 한랭 질환 등으로 인한 사망 사고도 발생했다.
전날 오전 8시께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 한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서 80대 노인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기저질환이 있었던 그는 결국 숨졌다. 당시 진천군 기온은 영하 14.9도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9시 5분께 경남 하동군 금남면 한 주택에서는 저체온증으로 90대 여성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강원 태백산 장군봉 정상에서 사진을 찍다 등산객이 넘어져 다쳤고, 횡성군 청일면 봉복산에서는 하산 중 길을 잃은 60대 부부가 119 구조대원에 의해 구조됐다. 경기 수원시 장안구 광교산 등산로에서는 80대 치매 노인 A씨가 쓰러져 동상을 심하게 입은 채로 발견되기도 했다.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추위로 계량기와 수도관 등 동파 피해도 이어졌다. 동파 피해는 경남 54건, 충북 52건 등 전날에 비해 하루 사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부산 금정구와 사하구에서는 이날 오전 상수도관과 스프링클러가 동파되면서 물이 흘러나와 도로와 주차장 등이 얼어붙었다. 인천에서도 이날 0시 53분께 연수구 한 아파트단지 인근 도로에 매설된 수도관이 동파돼 일대가 빙판길로 변했다. 이날 경남 의령군 한 오리농장에서는 수도관이 파열돼 소방이 급수 지원에 나섰고, 진주와 김해에서 큰 고드름이 생겼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경기 의정부시 민락동에서는 전날 오후 5시부터 정전이 발생해 40여 세대가 자정까지 영하의 한파에 떨어야 했다. 전북에서는 한파에 차량 배터리가 방전된 사례가 빗발쳤고, 서비스 요청이 몰리면서 현장 출장 수리가 지연돼 출근길 불편이 발생했다.
강추위와 함께 많은 눈까지 내리며 국립공원 탐방로와 산간 도로 통행이 통제되기도 했다. 설악산국립공원은 지난 20일부터 비선대∼오세암, 마등령∼무너미고개, 오세암∼봉정암, 대승령∼한계령 삼거리, 권금성 상부 등 5개 구간을 통제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한라산 등산로 7개 코스 모두 입산이 금지됐고, 산지를 연결하는 도로 일부가 빙판길로 변해 전면 통제되거나 부분 통제됐다. 전남에서도 진도·함평·구례·화순 등의 산간 지역 도로 5곳의 운행이 통제된 상태다.
한파는 오전부터 누그러들기 시작하면서 전날부터 통제되던 하늘길과 바닷길은 점차 정상화되고 있다. 전날에는 강풍을 동반한 많은 눈으로 제주공항을 오갈 예정이었던 국내선 466편(출발·도착 각 233편)과 국제선 10편(출발·도착 각 5편)이 모두 결항하며 혼란이 빚어졌다.
이날 청주발 제주항공 7C881편이 오전 7시 제주에 도착하는 등 제주공항 항공기 운항이 다시 이뤄지고 있다. 이날 운항이 계획된 항공편은 임시편을 포함해 모두 514편(출발 256편, 도착 258편)이다.
항공기 운항이 한꺼번에 재개되면서 이에 따른 출발 도착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광주와 무안, 여수공항 등에서도 항공편 운항이 재개됐지만, 제주에서 출발한 비행편이 늦어지면서 연결편도 잇따라 지연되고 있다.
전날 대부분 통제됐던 바닷길도 점차 정상화되고 있다. 국내 100개 항로 155척의 여객선 가운데 80항로 104척의 여객선이 정상 운항하고 있다. 인천, 완도, 목포, 여수, 전북, 고흥 등 10개 항로 13척의 운항은 여전히 통제되고 있다.
기온은 이날 오후부터 다소 풀리겠지만 밤부터 제주도 산지와 인천·경기 서해안, 충남북부 서해안에 다시 눈발이 날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