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정쟁에 표류하는 중소벤처 혁신] 中도 5년 전 도입했는데…국회는 3년째 뒷짐

■<상> 기약없는 복수의결권

벤처기업 활성·민간주도 혁신 장려

주주 이익실현 등 파급효과도 커

한국선 여야대립에 법사위 방치

"제2벤처붐 지속위해 서둘러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2013년 홍콩증권거래소에서 복수의결권주식 구조라는 이유로 상장신청이 거부되자 방향을 틀어 2014년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지 1조 이상 비상장기업)이 미국으로 직행하면서 홍콩은 물론 중국 본토에서 난리가 났다. 결국 2018년에 홍콩과 중국은 관련법을 개정하고 복수의결권 주식의 상장을 허용했다. 국내에서도 2021년에 쿠팡의 미국법인이 100조원대 가치로 뉴욕증시에 직행한 것도 복수의결권과 관련이 있다.

벤처·스타트업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로 경영권에 대한 우려 없이 경영과 기술개발에 몰두 할 수 있게 돕는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는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여야의 정쟁에 묻혀 뒷전으로 밀리면서 3년여간 방치된 상태다.



29일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나스닥·도쿄증권거래소·상해증권거래소·홍콩증권거래소 등 5대 증권시장은 모두 복수의결권을 도입한 기업의 상장을 허용하고 있다. 보유한 유니콘 기업의 수를 기준으로 1~4위인 미국과 중국, 영국, 인도 역시 수의결권 제도를 도입했다. 창업이 늘어나고 초기상태의 대규모 벤처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창업가의 안정적인 경영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은 “유니콘기업 보유수가 많은 상위권 국가들이 모두 복수의결권 주식발행·상장을 허용하고 있다는 것은 벤처스타업의 활성화와 민간주도의 혁신성장을 위한 조치로 우리나라도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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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2020년 12월에 업계 의견 수렴과 공청회를 거쳐 복수의결권이 포함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1년여 간의 논의 끝에 의원발의안과 병합해 2021년 12월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도 21대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시 문재인 대통령도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그러나 법사위에서 여야간 의견대립에 부딪혀 표류 중이다. 정작 집권당이었던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소액주주 이익을 침해하고 재벌 세습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며 발목을 잡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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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스타트업 업계는 민주당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반박한다. 우선 주주평등원칙에 위배되고 종류주식으로 대체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상법에 1주 1의결권 예외를 이미 인정하고 있고 발행한도 제한과 투자자 비선호가 커 종류주식론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의 우려 역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통해 주주동의를 얻어 발행하는 안정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입장이다. 대기업의 복수의결권 제도 확대 지적도, 비상장 벤처기업으로 제한하고 대기업 편입시 즉시 보통주로 전환하도록 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에 나서려는 벤처캐피털은 여전히 많지만 지분 희석으로 창업 목표와 전혀 다른 회사가 될까 걱정스럽다”며 “비슷한 고민을 가진 벤처·스타트업 대표들 중에는 복수의결권이 허용된 미국과 유럽으로 거점을 옮기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복수의결권을 도입한 기업은 배당금 규모 등이 크게 늘어나 주주 이익 실현에 더 유리하고 고용창출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높다”며 “경기회복을 이끈 제2의 벤처붐 불씨를 이어가고 지속 성장하는 벤처생태계 구축을 위해 복수의결권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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