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혈당 수치를 입력하면 다음날 집 앞으로 배달로봇이 맞춤형 당뇨케어 도시락을 가져다준다. 도시락 반찬으로 사용 된 달걀은 닭이 낳은 알이 아니라 녹두로 만든 대체 식품이다. 다시 로봇이 회수한 도시락의 잔반은 AI가 스캔한다. 소비자의 식습관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이는 푸드테크가 수년 내 만들어낼 한 장면이다.
국내 푸드테크 산업의 일상화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환경과 건강을 중시하는 윤리적 소비와 비대면 소비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이 형성되는 초기 단계로 풀어야 할 규제가 산적해있는 만큼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관하는 '대체식품 표시 협의체 및 실무협의체'는 올 상반기 내 대체식품의 표시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규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는 대두(콩)로 제조하는 만큼 '두류가공품'이나 '곡류가공품'으로 포장지에 표시되거나 유권해석에 따라 '식물성' 및 '대체육' 단어 사용이 허용되고 있다.
정부는 대체 단백질 시장이 커지면서 정확한 정의나 표시 및 안전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지난해 관련 협의체를 꾸린 바 있다. 만약 '대체육' 등 구체적인 표시가 가능해질 경우 일반 음식점에서 대체 단백질로 제조한 메뉴를 판매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 등록된 일부 일반음식점에서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예로 파파존스는 이달 초 국내 업계 최초로 치즈와 코코넛오일 등 영국 비건협회가 인증한 재료로 만든 식물성 피자를 출시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명확한 용어나 안전 기준을 마련해주면 일반 식품·외식업계 전반에서 대체 식품이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개발 비용 역시 정부가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한 예로 대체육을 만드는 장비인 '익스트루더'의 한 대를 도입하는 비용은 20억~50억 원에 달한다. 푸드테크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스타트업이 많지만 비용 때문에 엄두를 대지 못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관련 스타트업이 활성화돼야 CJ제일제당, 풀무원, 신세계푸드 등 대기업과 협업도 늘 수 있다.
푸드테크의 또다른 한 축을 맡고 있는 외식 서비스도 규제에 발목이 잡혀있다. 배달로봇의 보도주행 여부가 대표적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로봇은 차량으로 간주돼 보도와 횡단보도 주행이 불가능하다. 배달 로봇의 실외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면 음식 배달료 뿐 아니라 아파트 단지 내 택배 서비스 등 전반적인 배송 플랫폼 사용료가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