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모태펀드 운용을 맡고 있는 한국벤처투자가 민간모펀드 자금을 뿌리산업·초격차·신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한다. 해외 투자도 늘려 2030년까지 글로벌 펀드 규모를 현재의 2배 이상인 20조 가량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챗GPT를 운용사 선정에 활용하는 방안도 시도한다.
유웅환 한국벤처투자 대표는 14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콘티넨탈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태펀드 운용 고도화 △민간모펀드 활성화 △벤처투자생태계 글로벌화 △투명 경영&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4대 핵심 과제를 발표했다. 유 대표는 “정체 상태인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을 J커브로 턴어라운드 시키려면 체질 개선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며 "지속 가능한 벤처 생태계 조성에 운용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한벤투는 디지털 전환을 통해 모태펀드 운용을 고도화 할 방침이다. 그동안 쌓아온 투자 데이터를 활용해 출자 기획, 투자 딜소싱, 운용사 선정, 펀드 사후관리 등의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운용사 선정에 대화형 인공지능(AI)인 챗GPT도 활용할 방침이다. 유 대표는 “운용사 선정에 챗GPT 능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올 상반기 중 구체적인 방향을 만들고 하반기에는 테스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태펀드는 정부가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벤처캐피탈에 출자하는 펀드로, 한벤투가 운용을 맡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37조 4000억 원의 펀드를 결성, 9154개 기업에 28조 원을 투자해 중소·벤처·스타트업 시장의 ‘큰 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유 대표는 “최근 3년 간 코스닥 시장에 기업공개(IPO)한 기업들 중 63%가 한벤투의 손을 거쳐 갔고, 유니콘 기업 24개 중 23개가 모태펀드의 출자를 받았다”며 “앞으로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 모빌리티, 친환경·에너지, 로봇, 빅데이터·AI(인공지능), 사이버보안·네트워크, 우주항공·해양, 차세대원전, 양자기술 등 ‘초격차 10대 분야’에 투자를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장의 가장 큰 이슈인 민간모펀드는 주요 국정 과제에 맞춰 투자처를 선정할 방침이다. 유 대표는 “민간모펀드의 주요 출자 분야는 국정 과제인 뿌리 산업, 초격차 산업, 신성장 산업 등”이라며 “미래 산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면서 강조했다. 한벤투는 민간모펀드 조성을 위해 태스크포스팀(TFT)를 꾸리고 운용 방침 등에 대해 업계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유 대표는 “민간모펀드 설립의 취지는 국가 재정은 적게 투입하고 민간 출자를 활성화하는 것”이라며 “성공적인 사례를 만든 코리아IT펀드(KIF)처럼 민관이 협업해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KIF는 국내 3대 이동통신사가 3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 5G 등 분야에 투자하는 펀드다.
모태펀드의 해외 투자도 공격적으로 확대한다. 현재 전체 펀드의 20% 가량인 글로벌 펀드 비중을 2030년까지 50%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글로벌 펀드 규모가 약 8조 원인 점을 감안하면 20조 원 이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한벤투는 이를 위해 올 상반기에 유럽에 신규 사무소를 설립하고 글로벌 벤처캐피털(VC), 출자자(LP)와 네트워킹을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