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와 계모의 학대로 12세 초등학생이 온몸에 멍이 든 채 숨진 가운데 아이가 병원에 실려 왔을 때 ‘7세 때 입던 내의를 입고 있었다’는 증언이 나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계모와 친부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을 당시 각각 고가의 패딩 점퍼를 입은 모습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10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로 계모 A(43)씨를, 아동복지법상 상습 아동학대 등 혐의로 친부 B(40)씨를 구속했다.
A씨는 지난 7일 오후 인천 남동구 논현동 한 아파트 집에서 의붓아들인 C군(12)을 때려 숨지게 하고, B씨는 아들 C군을 평소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등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사망 당시 C군의 몸무게는 또래 남학생들보다 15㎏ 넘게 적은 30㎏에 불과했으며, 온몸에서는 타박흔(외부 충격으로 생긴 상처)으로 추정되는 멍 자국이 발견됐다.
초기 경찰 조사에서 A씨 부부는 “몸에 든 멍은 아들이 자해해서 생긴 상처”라며 학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이후 경찰 추궁 끝에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때렸다”면서도 “훈육 목적이었고 학대인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C군은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사망 전날까지 학교에 계속 출석하지 않아 장기 결석자로 분류됐고 교육 당국의 관리 대상이었다.
A씨 부부는 “필리핀 유학을 준비 중이어서 집에서 가르치는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며 학교 측의 각종 안내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C군의 의붓어머니이며 B씨는 C군의 친아버지로 파악됐다. 몇 년 전 재혼한 A씨와 B씨는 C군 외에 딸 2명(4살, 3살)을 두고 있다. 현재 엄마가 다른 C군의 두 여동생은 임시 보호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10일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인천지법에 들어서기 전 아내보다 먼저 도착한 B씨는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미안하다”면서도 “아들을 때렸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안 때렸고 (아내가 때리는 모습을) 본 적은 있다”고 말했다. 또 “아들 학교에는 왜 안 보냈느냐”는 물음에 “그것도 A씨가 다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남편과 같은 질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한편 C군의 발인식이 지난 11일 오후 인천의 한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부검 후 장례가 치러진 사흘간 빈소를 지킨 가족은 친엄마와 외삼촌 등 외가 친인척들뿐이었으며, 친가 쪽 사람들은 장례 기간 아무도 조문하러 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C군의 친엄마는 “제가 같이 살던 7살 때 사준 내복을 12살 죽는 날에도 입고 있었다”며 “어릴 때는 잘 먹어 통통했는데 부검 후 보니 엉덩뼈가 살을 뚫고 나올 정도로 말라 있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 그는 “전 남편이 구속된 경찰서 유치장에 찾아가 면회하면서 ‘아이를 저렇게 만들 거면 내가 그렇게 보내달라고 했을 때 보내지 왜 안 보냈느냐’고 따졌다”며 “자기는 ‘몰랐다’고 변명만 하더라”라고 울먹이기도 했다.
A군은 한 추모공원에 안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