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데이였던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예상보다 높은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도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0.57% 오른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03%, 0.46% 떨어졌는데요.
이날 국채금리가 많이 올랐습니다. 6개월 물이 한때 연 5.04% 가까이 치솟으면서 5%를 돌파했고, 2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4.65%까지 오르면서 올 들어 최고치를 찍었는데요. 10년 물 국채금리도 3.78%선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달러인덱스도 한때 103.5선을 넘었는데요.
다만, 증시는 CPI에 오락가락했습니다.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길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지만 이에 맞서는 강한 낙관론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임명했습니다. 코카콜라는 가격 인상에 힘입어 어닝은 월가 예상수준, 매출은 전망치를 뛰어넘었는데요. 오늘은 1월 CPI와 최종금리(terminal rate·터미널 레이트), 증시 전망을 집중 분석해보겠습니다.
“서비스 전년 대비 7.2%·초근원 서비스 여전히 0.3%↑”…“골디락스 생각하면 크게 두려워할 것 없어 vs 인플레와의 싸움 길어진다”
핵심 자료인 CPI부터 보겠습니다. 이날 나온 1월 CPI가 전년 대비 6.4%, 전월 대비 0.5% 오른 것으로 나왔는데요.
블룸버그통신 집계치 중앙값이 각각 6.2%, 0.5%였습니다. 다우존스가 6.2%, 0.4%였는데요. 확실히 1년 전 수치는 예상을 웃돌았고 전월 기준으로는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이중 전월 수치는 지난해 10월 이후 지속 하락하던 것이 이번에 반등했죠.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CPI는 1년 전 대비 5.6%, 1달 전보다는 0.4% 올랐는데요. 월가는 전년은 5.5%, 전월로는 0.3~0.4% 증가로 추정했었습니다.
항목별로는 서비스가 강했는데요. 에너지 서비스를 뺀 1월 서비스 물가는 전월 대비 0.5%, 전년 대비 7.2%입니다. 전월 대비 수치가 지난해 12월(0.6%)보다 살짝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데요. 1월 전체 물가상승률(6.4%) 가운데 4.1%포인트(p)가 서비스 몫입니다.
노동이 강하니 서비스 물가가 높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데요. 렌트와 귀속임대료(OER)를 더한 거주비용도 1달 새 0.7%, 1년 전과 비교하면 7.9%나 올랐습니다.
그런데 예상을 넘는 CPI에도 해석이 엇갈렸죠. 린제이 로즈너 PGIM 픽스드 인컴의 멀티섹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것은 일부 시장 참가자들을 겁에 질리게 했던 정도의 무서운 숫자가 아니”라고 설명했는데요. 어제의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생각했던 것보다는 나쁘지 않았다는 거죠.
제임스 애티 애버딘의 투자 디렉터는 “CPI 숫자가 많은 것을 바꾸지 않는다. 연준은 데이터를 기다리면서 신중히 금리인상을 하고 있고 긴축의 누적효과를 살피고 있다”며 “완만한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과 강한 일자리가 의미하는 골디락스를 생각하는 증시 입장에서는 크게 두려워할 게 없다”고 주장했는데요.
하락폭이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으나 떨어지고 있고 고용시장이 튼튼하니, 확 튀는 숫자가 아닌 이상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입니다. 이날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보여준 것도 이런 해석 때문인데요. 우려가 컸던 중고차도 예상과 달리 1월에 전월 대비 -1.9%를 보였습니다. 의료서비스(-0.7%)와 항공요금(-2.1%)도 하락했는데요. 제이 햇필드 인프라 스트럭처 캐피털 어드바이저의 최고경영자(CEO)는 “주택 부문의 물가하락이 천천히 반영될 것이기 때문에 올 하반기에는 수치가 급격하게 내려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1월 거주비 인플레가 월간 물가 상승률의 절반 가까이 되는데 앞으로 이게 급락하면 전체적인 인플레 수치도 확 떨어질 수 있다고 기대하는 거죠.
여기에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발언이 약간 도움이 됐는데요. 이날 하커 총재는 “연준의 금리는 5% 이상이 될 것이며 얼마나 높을지는 데이터에 달렸다”면서도 “오늘 나온 인플레이션 보고서는 좋았고 내려오고 있지만 빠르지는 않았다. 내 생각에 우리가 할 일이 다 끝나지는 않았지만 거의 다 된 것 같다(we are likely close)”라고 밝혔습니다. 크게 보면 데이터에 달려있다는 거지만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최고 전략가는 “다 돼 간다는 말은 모호하지만 확실히 매파적인 톤은 아니”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는데요.
사실 고용이 당분간 강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16일에 나올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전망치가 20만 건으로 전주(19만6000건)보다 약간 증가하고, 최소 2주 연속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청구건수는 168만9000건으로 1000건 증가하는데 그칠 전망인데요. 여전히 상당히 강한 노동시장을 의미하죠.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재계의 컨센서스가 부드러운 랜딩을 할 수 있다는 약간 더 비둘기파 쪽으로 바뀌었다”며 “소프트랜딩 가능성에 대한 느낌이 6~9개월 전보다 나아졌다”고 했는데요.
15일에 나올 소매판매 역시 전월 대비 2.0%, 자동차를 빼도 0.9%로 예상됩니다. 인플레이션이 천천히 내려와 더 높은 금리가 더 오래 지속하더라도 고용과 소비만 지금처럼 버티면 상관 없다는 거죠. 애틀랜타 연은의 GDP 나우에 따르면 1분기 GDP가 2.2%로 추정되는데요. 바클레이스의 엠마뉴얼 카우 전략가는 “시장 기대가 하드랜딩에서 소프트랜딩으로 이제는 더 높고 더 오래가는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견고한 성장을 뜻하는 노랜딩으로 옮겨갔다”며 “1월 CPI 데이터는 이 상황을 유지하게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로건, 충분한 증거 있어도 경제전망·금융상황 따라 추가 긴축”…“시장, 6월에도 0.25%p 추가 인상 가능성 최종금리 5.25~5.50%”
하지만 낙관적으로만 볼 일이 아닌데요. 플로리안 이엘포 롬바르드 오디에르 자산운용의 매크로 리서치 헤드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이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며 “우리는 이 인플레이션 보고서가 경제와 시장 전반에 정말 좋은 신호인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실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중시하는 초근원 서비스(근원 서비스-주택서비스·PCE 기준) 물가가 견고합니다. CPI와 PCE는 주택항목 기준이 다른데요. 계산하는 곳마다 차이가 있지만 블룸버그는 주택을 뺀 근원서비스가 1월에 0.3%로 전달보다 소폭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12월에도 이 초근원 서비스가 0.3%이라고 했었죠. 이를 고려하면 정말 약간 하락한 것으로 보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슈퍼코어 물가가 지난해 12월 0.39%에서 1월에 0.36%로 내려왔지만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0.03%p 정도죠.
0.3%만 해도 작은 규모가 아닙니다. 이대로라면 단순 계산으로 초근원 서비스에서만 1년에 3.6% 이상의 물가상승이 예상되는데요.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거주비용이 시간을 두고 어느 정도 내려오겠지만 근원 서비스에서 주택을 뺀 물가는 현재 4% 상승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것은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충분하지 않다”며 “헤드라인 수치는 지난해 9%대 CPI와 비교하면 6.4%는 많이 낮지만 여전히 연준이 원하는 수준에서 한참 멀다”고 지적했습니다.
상품도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섰는데요. 에너지와 식품을 뺀 상품이 의약품(1.1%)과 의류(0.8%) 등의 상승세에 1월에 0.1% 올랐습니다. 전달에는 -0.1%였는데요. 조 브루셀라스 RSM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공장과 항만의 무질서가 꽤 회복됐기 때문에 앞으로 공급망의 개선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효과는 덜해질 것”이라며 “상품가격의 하락속도가 둔화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의 개선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라고 진단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전체적인 물가 하락폭도 떨어졌는데요. 전년 대비 헤드라인 CPI 기준으로 보면 전달과 비교해 △2022년 10월 -0.5%p △2022년 11월 -0.6%p △2022년 12월 -0.6%p였던 게 이번에 -0.1%p로 낮아졌습니다. 근원 CPI도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0.3%p씩 하락했지만 이번에 0.1%p로 낙폭이 감소했는데요.
보조지표인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의 중앙값 CPI로 보면 헤드라인 숫자는 1월에 7.1%로 전달(7.0%)보다 되레 올라간 것으로 나옵니다. 변동성이 큰 16% 항목을 떼내고 본 16% 중앙값 CPI는 6.6%로 지난달과 같은데요. 마이클 콘토풀로스 리처드 번스타인 어드바이저의 헤드는 “만약 당신이 우리처럼 인플레이션이 한동안 지속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연준이 실질적으로 수요를 파괴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는데요.
이는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을 뜻합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경제전망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랫동안 금리를 계속 올릴 준비를 해야 한다”며 “향후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다는 충분한 근거가 확보되더라도 경제전망이나 금융상황 변화에 따라 필요하다면 추가 긴축을 할 수 있게 유연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못 박았는데요.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도 “인플레와 싸우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고,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도 “원자재와 상품가격 하락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기어가 적절한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 서비스 물가가 떨어지는 것을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날 국채금리가 오른 것도 1월 CPI 이후 더 많은 대응이 있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인데요. 최소 3월과 5월 0.25%p씩 인상한 뒤 플러스 알파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CPI가 나온 뒤 금리선물시장의 생각도 달라졌는데요.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1시53분 현재 3월 0.25%p 금리인상 확률이 90.8%입니다. 5월에도 0.25%p를 올려 연준이 제시한 최종금리인 5.00~5.25%에 도달할 가능성이 77.5%인데요. 추가로 이날 6월 0.25%p 추가 인상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6월 0.25%p 인상 가능성이 50%로 1위인데요. 하루 전보다 7.9%p 올랐습니다. 이 경우 최종금리가 5.25~5.50%가 된다는 뜻이죠.
“3~4%대 인플레 가능 향후 10년 간 실질금리 예전보다 더 높을 수 있어”…“BofA, 펀드매니저 설문 66% 베어마켓 랠리”
확실한 건 1월 CPI 이후 높은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더 오래, 그리고 추가로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금리선물 시장도 국채시장도 그렇게 보고 있지요.
인플레이션이 추가로 더 높아지지 않더라도 연준의 목표로 가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인데요.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가 6%로 간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핵심은 고용과 소비가 얼마나 버티느냐입니다. 노동시장이 얼마나 간다고 보느냐에 따라 연착륙 여부, 증시 상승의 정당성이 달라질텐데요. 그새 인플레이션은 막히는 곳 없이 꾸준히 계속 떨어져야 할 겁니다. 마이크 로웬가르트 모건스탠리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헤드는 “노동시장이 지금처럼 빠듯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까지 떨어질지가 의문”이라며 “그것(노동시장 견고+인플레 하락)이 연착륙을 위한 조리법이 될 수 있지만 만약 노동시장이 탄력성을 잃으면 연준이 금리인상을 어떻게 할지 두고봐야 한다”고 했죠.
낙관론자들은 자신감을 갖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문제 없이 계속 낮아질지는 아직 의문입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인플레이션이 3~4%에 고착화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확률이 50%”라며 “연준은 우리에게 2% 인플레이션을 약속하고 있지만 우리가 3~4%대의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에서 사는 방법을 희망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높은 물가와 금리는 기본적으로 자산가격을 떨어뜨립니다. 이날 기준금리 전망 상승도 단기적으로는 증시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데요. 로고프 교수는 “실질금리가 높다는 것은 자산가격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경기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더 오래, 더 높은 금리는 침체확률을 높이죠. 뉴욕 연은은 3개월과 10년물 국채금리를 근거로 내년 1월 침체에 빠질 확률을 57%로 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설문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게 나왔는데요. 2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262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83%가 향후 1년 내 추세 이하의 성장과 추세 이상의 인플레이션, 즉 스태그플레이션을 예상했다고 합니다. 다만, 침체 가능성은 지난해 11월 77%에서 24%로 크게 내렸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응답자의 약 66%가 지금 증시가 베어마켓 랠리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울프리서치의 크리스 세니예크는 “황소론자들은 하반기에 빠르게 내려올 거주비용이 큰 증시 상승요인이라고 할 테고 약세론자들은 중고차 가격과 다른 아이템들의 가격이 디스인플레이션을 되돌릴 것이라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이 계속 낮아지고 있고 가계와 기업에 좋은 소식”이라면서도 “아직 할 일이 더 있다”고 하는 상황입니다. BofA의 스티븐 수트메이어는 “지금 시장의 큰 움직임이 1990년과 1960년의 구조적 불마켓을 연상시킨다”고 했지만 계속 데이터에 따른 신중한 접근을 유지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요. 침체 없이 인플레가 연준의 타깃 수준으로 떨어질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더 높은 금리가 더 오래 가는 것이 증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고용은 얼마나 갈지를 따져보는 게 중요하겠죠. 같은 CPI를 두고도 해석이 갈리고 투자자들도 방향을 잡기 어려워하는 만큼 추가적인 수치를 좀더 보는 게 지금 상황에서는 좋겠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유튜브 방송] : 국내 최초 경제지 서울경제신문의 유튜브 채널 ‘서경 마켓 시그널’에서 매주 화~토 오전7시55분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방송됩니다. 생방송 이후에는 버퍼링 없이 보실 수 있도록 동시녹화 영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한국 시간 15일에는 1월 CPI에 관한 깊이 있는 분석과 향후 시장 전망을 다룰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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