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조치로 가장 큰 역풍을 맞았던 항공 산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032만 9000여 명이 이용하던 김포·김해 등 국내 공항의 국제선 이용객 수는 2021년 4만 6000여 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에도 겨우 178만 5000여 명 수준을 겨우 회복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최근 엔데믹과 더불어 국내외 여행이 살아나면서 다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특히 국내 지방 공항의 경우 지역 특색을 살린 차별화와 함께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또 다른 핵심 거점으로 탈바꿈을 시도할 계획이다. 국내 공항의 컨트롤타워 격인 한국공항공사의 수장이 된 지 1년이 된 윤형중 사장을 만나 그가 생각하는 공항 산업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13일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윤 사장은 “2040년에는 세계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시장이 1조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며 “전국 14개 공항에 UAM 전용 공항(버티포트)을 만들어 지역 관광의 핵심 거점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UAM은 수직이착륙 등을 통해 도심 이동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차세대 운송 수단으로, 미래 대도시의 극심한 교통 체증을 해결하기 위한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는 “현 항공 시스템 기반에 신기술이 융합된 UAM은 항공 셔틀 등 공항 간 연계 1순위 운송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공항공사는 SK텔레콤·한화시스템과 드림팀을 꾸려 국내 UAM 산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며 “높이 333m의 여의도 파크원과 높이 554m 잠실 시그니엘 사이의 고도를 오가는 UAM이 상용화되는 데 노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윤 사장은 지방 공항 인프라를 활용해 빠르게 UAM 지역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만큼 공사의 미래 중점 사업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공사는 이를 위해 프랑스의 ADP그룹, 영국의 스카이포츠, 네덜란드 항공우주연구소(NLR) 등 글로벌 항공 기술 기업과도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그는 “UAM이 상용화되면 부산의 김해공항과 여수공항·사천공항을 연결하는 남해안 관광 벨트를 구축하는 데도 큰 힘이 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2월 취임한 윤 사장은 국가정보원 제1차장 출신으로 공항 업무와 무관한 인사가 CEO로 부임했다는 지적을 듣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지난 1년간의 활동에 대해 “취임 당시 일부 논란이 있었음을 알고 공항공사 CEO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쏟았다”며 “취임 당일부터 전국 14개 공항을 직접 방문해 현장의 소리를 듣고 국제선 재개를 앞당기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이어 “포스트 코로나를 경영 정상화의 기회로 보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공사의 당기 순손실액은 2020년 1481억 원, 2021년 2344억 원, 지난해 1944억 원으로 지난 3년간 누적액이 5769억 원에 이른다. 공사는 최근 중국발 여객의 국내 단기 비자 발급 재개 등 국제선 정상화 분위기에 따라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공항의 국제선 이용객 수는 지난해 7월 12만 명으로 2019년 동월 대비 6.4% 수준이었지만 지난달에는 81만 명으로 같은 기간 대비 43.7%까지 회복한 상태다.
윤 사장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해외 하늘길이 막히면서 국제선 이용객은 크게 줄었지만 오히려 국내선 이용객은 크게 늘어 지방 공항의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선 이용객 수는 7318만여 명을 기록했다. 74년 전 민간 항공기 첫 취항 이래 연간 국내선 이용객 수가 7000만 명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항경주공항의 경우 지난해 7월 포항공항에서 명칭을 바꾼 뒤 KTX 개통 이후 역대 최다인 연간 25만 명의 승객을 실어 날랐다. 청주공항도 지난해 기준 연간 317만 명, 여수공항은 101만 명의 승객이 오가면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팬데믹 기간에 지방 관광 활성화의 가능성을 발견한 그는 최근 국제선 네트워크를 다변화하는 데도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의 각 지방 공항과 국내 지방 공항을 직접 연결하는 일명 ‘글로컬 전략’이다. 공사는 최근 한류 열풍을 통해 크게 성장한 해외의 ‘한국 인바운드 욕망’을 국내 각 지방의 관광 수요로 이끌어낼 계획이다. 공사는 이를 위해 지역 특색 관광 콘텐츠를 발굴하고 해외 현지 여행사를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지역 관광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윤 사장은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2억 8000만 명의 인구 가운데 절반가량이 MZ세대로 이뤄져 있다”며 “이들 중 상당수인 한류 팬들을 한국의 지방 공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와 긴밀하게 접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도네시아도 발리와 같은 관광지 10곳 만드는 ‘10개 뉴발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 많은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중국발 여행객도 놓칠 수 없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관광객은 전체 여행객의 35%나 된다. 2019년 기준 113개의 한중 노선 중 공사가 담당하는 노선이 69개에 달할 만큼 중요성이 크다. 공사는 베이징공항 등 53개 공항을 운영하는 중국 최대의 수도공항그룹(CAH)과도 결연해 20년간 공항 운영 노하우 등을 공유해왔다.
공사는 이를 위해 청주·대구·무안·양양 등으로 거론되는 정부의 ‘한국 인바운드 시범 공항’ 선정 사업에 참여해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구공항은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노선 개척을 추진하고 있다. 윤 사장은 “양양공항도 최근 서핑, 각종 페스티벌 등으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는데 이를 관광 콘텐츠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사는 2030 부산 월드엑스포를 앞두고 김해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핀란드 헬싱키를 잇는 하늘길을 유치하기 위해 부산시와도 협력하고 있다. 윤 사장은 “김해공항은 부산·울산·경남 주민 1300만 명이 거주하는 우리나라 제2의 도심의 공항임에도 인천공항 대비 국제선 분담률이 13%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의 제2 국제공항 분담률은 일본의 간사이공항이 68%, 중국의 푸둥공항이 117.3%에 이른다.
팬데믹으로 위기를 뼈저리게 경험한 공사는 수익 다변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공사는 현재 수행하고 있는 7600억 원 규모의 페루 친체로 신공항 관리 사업 외에도 2000억 원 규모의 라오스 루앙프라방공항 운영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사는 2025년까지 해외 공항 사업을 5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공사는 자체 개발한 항행·보안 장비 등 첨단 기술 판매에도 집중하고 있다. 공사는 이미 2021년 인도 국방부와 전술항법장비(TACAN)를 비행장에 최종 납품·설치하는 수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공사는 이를 바탕으로 2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항행 장비를 인도 국방부에 수출하는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또 항공기 반입 금지 물품을 인공지능(AI)으로 판별하는 AI 엑스레이 장비를 국회와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윤 사장은 “AI 엑스레이는 스스로 학습하는 과정을 거쳐 시간이 지날수록 정확도가 높아지는 등 성장 가능성이 커 올 1월 CES에도 출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항공·보안에서 사용되는 첨단 기술은 다른 분야로의 응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무엇보다 UAM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임기가 끝나는 2025년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He is…
△1967년 전남 장성 △1986년 서울 영락고△1991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2004년 미 조지타운대 국가안보학 석사 △2020년 국가정보원 1차장 △2022년 한국공항공사 사장 △2022년 국제공항협의회 아태 지역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