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열린 중앙경찰학교 졸업식 직후 신임 여성 경찰관 672명이 일선 치안현장에 배치되면서 ‘여경 2만명 시대’가 열렸다. 1947년 첫 채용 이후 여경 수는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경찰 내 낮은 고위직 비율과 사회 일각에 만연한 ‘여경 혐오'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는 지적이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경찰관 수는 1만 9688명으로 총원 13만 2595명 대비 14.84%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앞서 정부가 2017년 11월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계획’에 따라 2022년까지 여성 경찰 비율을 10.8%에서 15%로 늘리기로 한 목표에 육박한 수치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증대와 정부의 성평등 정책에 따라 경찰 내 여경 비율은 해마다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여경 비율을 보면 2018년 11.27%(1만 3582명), 2019년 12.14%(1만 5092명), 2020년 13.08%(1만 6787명), 2021년 13.86%(1만 8004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중앙경찰학교에서 졸업한 311기 신임 졸업생 672명이 제복을 입게 되면서 2015년 1만 명 시대를 돌파한 여경 현원은 8년 만에 2만 명을 넘어섰다.
다만 경찰 내 여경의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내실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특히 조직 내 중요 의사결정에 영향력이 큰 최고 지휘부 직위는 여경에게 여전히 높고 두꺼운 ‘유리천장’이다. 지난해 기준 간부로 분류되는 총경(일반직공무원 4급) 이상 고위직은 799명으로 이중 여경은 5.25%(42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행정안전부의 2021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여성 공무원 현황자료에 따르면 4급 이상 비율은 15%로 여경의 고위직 비율이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다. 올해 경찰 인사에서도 치안총감(경찰청장)을 제외하고 최고지휘부인 치안정감과 치안감, 경무관 중 여경 승진자는 유희정 경기남부경찰청 부천원미서장(경무관), 단 한 명에 그쳤다. 경찰관계자는 “최근 단행된 치안정감과 치안감 승진 인사에 여경이 전무한 것은 인사 대상자인 경무관급 여경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여성 경찰관에 대한 남성중심의 경찰 조직 문화와 사회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은 조직 내 성평등 수준을 향상하기 위해 2021년 9월부터 ‘경찰청 기능·기관별 성평등 목표수립 종합계획’을 세웠지만 여경에 대한 조직 내 편견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경은 “경찰이 기본적으로 남초 조직인 만큼 여전히 여경을 보조적 역할을 하는 집단으로 보는 분위기가 만연하다”며 “실제 여경이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주요 보직은 수사나 경비보다 생활안전과 여성범죄 등 특정부서에 치우쳐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6월 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 총파업 대응과정에서 ‘여경 특혜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한 지역 경찰간부는 익명의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남자 경찰에게만 과도한 업무가 맡겨졌다고 불만을 쏟아내면서 경찰이 내홍에 휩싸인 바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내부에서 여경이 담당하는 업무에 제한을 두지 말고 능력에 따라 전문성을 키우는 조직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라며 “모든 영역에서 여성 경찰의 전문성이 갖춰지면 여경에 대한 국민과 조직 내 인식이 점차 좋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