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여경 2만명 넘었는데…고위직은 고작 5%

올 경찰학교 졸업생 672명 배출

8년새 2배로 늘어…전체의 15%

총경 이상 간부 799명 중 42명

경무관 등 지휘부 승진은 1명뿐

'특혜' 논란 등 인식 개선도 과제

16일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 대운동장에서 열린 중앙경찰학교 311기 졸업식에서 672명의 여성 경찰관이 배출됐다.사진제공=경찰청16일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 대운동장에서 열린 중앙경찰학교 311기 졸업식에서 672명의 여성 경찰관이 배출됐다.사진제공=경찰청





지난 16일 열린 중앙경찰학교 졸업식 직후 신임 여성 경찰관 672명이 일선 치안현장에 배치되면서 ‘여경 2만명 시대’가 열렸다. 1947년 첫 채용 이후 여경 수는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경찰 내 낮은 고위직 비율과 사회 일각에 만연한 ‘여경 혐오'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는 지적이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경찰관 수는 1만 9688명으로 총원 13만 2595명 대비 14.84%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앞서 정부가 2017년 11월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계획’에 따라 2022년까지 여성 경찰 비율을 10.8%에서 15%로 늘리기로 한 목표에 육박한 수치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증대와 정부의 성평등 정책에 따라 경찰 내 여경 비율은 해마다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여경 비율을 보면 2018년 11.27%(1만 3582명), 2019년 12.14%(1만 5092명), 2020년 13.08%(1만 6787명), 2021년 13.86%(1만 8004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중앙경찰학교에서 졸업한 311기 신임 졸업생 672명이 제복을 입게 되면서 2015년 1만 명 시대를 돌파한 여경 현원은 8년 만에 2만 명을 넘어섰다.



다만 경찰 내 여경의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내실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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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조직 내 중요 의사결정에 영향력이 큰 최고 지휘부 직위는 여경에게 여전히 높고 두꺼운 ‘유리천장’이다. 지난해 기준 간부로 분류되는 총경(일반직공무원 4급) 이상 고위직은 799명으로 이중 여경은 5.25%(42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행정안전부의 2021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여성 공무원 현황자료에 따르면 4급 이상 비율은 15%로 여경의 고위직 비율이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다. 올해 경찰 인사에서도 치안총감(경찰청장)을 제외하고 최고지휘부인 치안정감과 치안감, 경무관 중 여경 승진자는 유희정 경기남부경찰청 부천원미서장(경무관), 단 한 명에 그쳤다. 경찰관계자는 “최근 단행된 치안정감과 치안감 승진 인사에 여경이 전무한 것은 인사 대상자인 경무관급 여경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직 경찰 가운데 경찰 최고지휘부인 치안정감에 오른 여경은 송정애 경찰대학장 1명 뿐이다. 송 대학장은 이금형 전 경찰대학장과 이은정 전 경찰대학장에 이어 역대 세 번째 여경 치안정감이다. 사진제공=대전지방경찰청현직 경찰 가운데 경찰 최고지휘부인 치안정감에 오른 여경은 송정애 경찰대학장 1명 뿐이다. 송 대학장은 이금형 전 경찰대학장과 이은정 전 경찰대학장에 이어 역대 세 번째 여경 치안정감이다. 사진제공=대전지방경찰청


전문가들은 여성 경찰관에 대한 남성중심의 경찰 조직 문화와 사회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은 조직 내 성평등 수준을 향상하기 위해 2021년 9월부터 ‘경찰청 기능·기관별 성평등 목표수립 종합계획’을 세웠지만 여경에 대한 조직 내 편견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경은 “경찰이 기본적으로 남초 조직인 만큼 여전히 여경을 보조적 역할을 하는 집단으로 보는 분위기가 만연하다”며 “실제 여경이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주요 보직은 수사나 경비보다 생활안전과 여성범죄 등 특정부서에 치우쳐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6월 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 총파업 대응과정에서 ‘여경 특혜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한 지역 경찰간부는 익명의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남자 경찰에게만 과도한 업무가 맡겨졌다고 불만을 쏟아내면서 경찰이 내홍에 휩싸인 바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내부에서 여경이 담당하는 업무에 제한을 두지 말고 능력에 따라 전문성을 키우는 조직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라며 “모든 영역에서 여성 경찰의 전문성이 갖춰지면 여경에 대한 국민과 조직 내 인식이 점차 좋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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