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처치 곤란’ 주취자에 등돌린 지자체·의료기관…“업무 분담 체계 필요”

잇달아 발생한 주취자 사망 사고…“근본적 대책 필요” 지적

병원·지자체 주취자 처리 꺼려…적극적 대응 위한 근거 필요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일 오후 관내 술에 취한 시민을 놔둔 채 철수했다가 사망사고가 발생한 서울 동대문경찰서의 한 파출소를 점검차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일 오후 관내 술에 취한 시민을 놔둔 채 철수했다가 사망사고가 발생한 서울 동대문경찰서의 한 파출소를 점검차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의 미흡한 조치로 인한 주취자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일각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의료기관이 주취자 보호조치 문제를 경찰에 떠넘기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주취자의 발견부터 보호, 의료적 진단까지 전 과정에 걸쳐 지자체와 의료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동대문구와 강북구 등에서 주취자가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책임의 화살이 경찰에 쏠리고 있다. 이에 경찰청은 ‘주취자 보호조치 개선 태스크포스(TF·전담부서)’를 통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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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TF가 지구대·파출소 내 보호 시설 및 물품 추가 배치 등 ‘땜질식’ 조치를 내놓자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TF는 일반 주취자도 전국 19개 병원에 설치된 ‘주취자 응급의료센터’에 인계하는 방안, 지구대·파출소에 주취자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안전 매트 등 장비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서울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은 이에 대해 “이젠 집에 가겠다는 사람을 술이 완전히 깰 때까지 억지로 지구대에 붙잡고 있게 생겼다”고 한탄했다.

경찰의 주취자 대응 근거가 되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4조에 따르면 경찰은 구호대상자의 연고자가 발견되지 않을 때에는 구호대상자를 적당한 공공보건의료기관이나 공공구호기관에 즉시 인계해야 한다. 그러나 공공구호기관을 지자체가 설치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법적 근거는 없다. 주취자 인계 요청을 보건의료기관이 거절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별다른 규정도 없다. 이 때문에 뚜렷한 외상이 발견되거나 의식이 전혀 없는 만취자가 아닌 단순 주취자는 경찰이 전담해 처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효율적인 주취자 대응과 처리를 위해서는 경찰·지자체·의료기관의 업무 분담과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주취자 처리는 어려운 문제기 때문에 병원, 지자체에서 모두 꺼려한다”며 “법적인 근거가 있으면 이들 기관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주취자 보호조치를 어느 부처가 담당할지는 정부 차원에서 법을 보완하거나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여론이 형성되면 지자체에서도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현 견습기자·박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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