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대표 가요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의 새 주인을 가릴 인수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 측과 현 경영진 측이 법적 공방을 시작했다. 앞서 이 씨는 SM 현 경영진 측이 새 주식과 향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카카오에 팔기로 결정하자 이를 막아달라며 법원에 요청했다.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김유성 수석부장판사)는 22일 오전 이 씨가 SM을 상대로 낸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의 첫 심문을 진행했다. SM 사태는 이달 초 SM 현 경영진이 긴급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1119억 원 상당 신주와 1152억 원 상당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의하면서 본격화됐다.
이대로라면 카카오는 SM 지분 9.05%를 확보해 2대 주주로 부상한다. 전날까지 18.46%를 보유했던 이 씨는 주식 가치 희석으로 지분율이 하락하게 된다.
이에 이 씨는 SM의 제3자 배정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이 위법하다며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수만 측 법률대리인은 이날 첫 심문에서 “상법에 따르면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은 기존 주주 배정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만 제3자 발행을 인정한다”며 “SM 측은 정당성 없이 최대 주주를 몰아내고, 지배권을 약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 3자 신주 배정을 했으므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SM의 신주 발행 결정 역시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수만 측은 “대국민 명절인 설날에 이사회가 개최됐고, 당시 이사들의 의견이 통일되지 않은 상태에서 카카오에 대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이라는 중요 결정이 내려졌다”며 “마치 군사작전처럼 SM의 미래를 결정할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고 맹비난했다.
이수만 측은 “이 결정으로 카카오는 손쉽게 주식을 확보하면서 SM의 2대 주주로 등극했다”며 “카카오는 현재 SM 이사 선임에도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M 측은 이번 사안이 ‘경영권 분쟁’이 아닌 ‘경영 판단에 대한 의견 대립’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SM 측 대리인은 “이수만이 비정상적인 1인 프로듀싱 체제를 유지해오면서 오래 전부터 상당한 영업이익을 취해왔고, 이에 따라 SM은 생산성이 저하되면서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이수만의 퇴진 등을 담은) SM 3.0 전략을 수립해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수만도 (초반에는) 경영 개선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돌연 태도를 바꿔 어떻게든 비정상적인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며 “SM이 전략을 발표하고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결의하자, 그 다음날 ‘경영권 분쟁’을 이유로 경쟁사인 하이브에게 자신의 보유주식을 처분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오늘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SM 측은 회사가 카카오에 제3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도 주장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SM의 경쟁력 하락을 막기 위해선 플랫폼 기업과의 제휴와 자금 조달이 매우 시급하다는 이유다. 특히 네이버가 이미 YG엔터테인먼트와 협력 중인 점 등을 언급하며 “카카오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강조했다.
SM 현 경영진과 카카오, 얼라인자산운용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한팀’으로 이수만을 몰아내려 한다는 주장도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현 경영진이 다음 달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데다가 카카오 역시 다음 달에야 주주가 돼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이수만 측은 3월 6일이 (SM 이사회의 신주) 납입기일이라 최대한 빨리 결정해달라고 요청한다”며 “추가로 제출된 자료까지 확인한 뒤 결정 여부를 정하겠다”고 공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