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국방부가 북한의 핵 사용을 가상한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을 실시하고 미국이 역내 핵 갈등을 억제하기 위해 핵무기를 포함한 맞춤형 핵전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또 양국은 이른 시일 내에 ‘핵우산(확장 억제)’ 연습의 확장판을 신설해 조만간 개최하기로 했다.
한미 국방부는 24일 미국 워싱턴DC의 미 국방부(펜타곤)에서 열린 제8차 DSC TTX를 실시하고 이 같은 내용의 공동 보도문을 발표했다. 양국이 핵우산 연습 후 공동 보도문을 발표한 것은 4차 북핵 실험이 실시됐던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이는 미국의 핵우산 공약이 말에 그치지 않고 유사시 실제 작동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국은 이번 DSC TTX에서 가까운 시일 내 한미 정치·군사·정부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후속 TTX’를 개최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공동 기획과 공조 절차를 지속하기로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존의 TTX가 양국 국방부 중심의 군사적 측면의 논의라면 ‘후속 TTX’는 참여자와 참여 정부 기관을 넓혀 기존 TTX와 달리 ‘1.5트랙’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사시 북한의 핵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보다 정밀하게 점검하는 일종의 ‘확장판 TTX’로 볼 수 있다.
이번 TTX에서는 최근 북한의 공세적인 핵 정책과 핵 능력 고도화 추세를 반영한 북한의 핵 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한미 동맹의 강력한 대응 능력과 의지를 보여줄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특히 미국은 2022년 미 핵 태세 검토 보고서에서 명시한 것처럼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국 및 우방국들에 대해 핵을 사용할 경우 그 위력과 상관없이 용납될 수 없다”며 “이는 북한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초강력 경고했다. ‘북한 정권의 종말’ 표현은 지난해 11월 제54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성명서에서도 담긴 내용이다.
또 미국은 역내 핵 갈등을 억제하기 위해 전진 배치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와 이중 목적(핵·재래식 무기 탑재) 항공기, 핵무기 등 맞춤화된 유연한 핵전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핵 위협과 미사일 도발 시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신속하게 출격할 뿐만 아니라 전략자산의 종류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다음 달로 예정된 ‘자유의 방패(FS)’ 한미연합연습 때 미국의 핵추진항공모함이 방한해 해상 훈련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한하는 항모는 지난해부터 남중국해 해상에서 작전 중인 니미츠호(CVN-68)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 대표단이 이번 DSC TTX 뒤 킹스베이에 소재한 미 해군 원자력잠수함기지를 찾아 미국의 ‘핵 3축’ 가운데 하나인 전략핵추진잠수함(SSBM) 훈련 시설을 참관하면서 3월 한미 훈련 때 한반도 전개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트라이던트2’를 최대 20발까지 탑재할 수 있다.
한미는 앞서 19일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 등이 참가한 가운데 한반도 상공에서 공중연합훈련을 벌였으며 22일에는 동해 공해상에서 일본과 함께 미사일 방어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한미는 이후 이번 DSC TTX와 핵잠수함기지 공개에 이르는 행보를 통해 유사시 ‘핵우산 풀코스’를 펼쳐 북한의 핵 공격 등을 억제할 수 있음을 실증했다.
한편 합참은 23일 새벽 함경북도 김책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형’ 4발을 발사했다는 북한 측 주장에 대해 “북한의 발표가 우리 정찰 감시 자산의 확인과는 다르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 주장의 진위를 포함해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기만 전술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읽힌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보다 파괴력이 떨어지지만 비행 경로를 수시로 조정할 수 있어 탐지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