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부품 공급 끊고 기존허가 취소…美, 화웨이 제재 고삐 더 죈다

백악관 "더 큰 고통 줄 시간 됐다"

4G용 반도체 수출규제 대상될듯


미국 정부가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의 고삐를 한층 조이고 나섰다. 자국 기업의 반도체 수출에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가 기존 허가까지 취소해 화웨이에 대한 부품 공급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중국의 정찰풍선 사태 등으로 국가안보 우려가 높아지자 미국의 제재 강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퀄컴·인텔 등 자국 기업들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더 이상 공급하지 못하도록 기존 수출 허가를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당초 미국 정부는 신규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는 수준에서 화웨이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었다. 현재 미국 업체들이 화웨이에 공급 중인 4G용 반도체 등이 이번 조치의 핵심 타깃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직 미 보안 당국 고위 관계자는 WSJ에 “백악관이 미 상무부에 ‘화웨이에 더 큰 고통을 줄 시간이 됐다. 4G용 반도체 수출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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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화웨이를 수출 규제 대상에 추가했다. 화웨이가 중국 정부에 첨단 제품을 공급할 뿐 아니라 스파이 활동을 돕고 있다는 우려가 근거가 됐다. 이에 따라 화웨이에 제품을 수출하려는 미국 기업은 사전에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다만 5G 통신장비 등에 쓰이는 첨단 반도체의 수출길은 막힌 반면 상대적으로 구형으로 분류되는 4G용 반도체는 규제에서 제외됐다. 미국 반도체 회사들도 “구형 제품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연구개발을 위한 자금 확보를 어렵게 해 미국 산업계에 악영향을 준다”며 4G용 반도체 관련 제재에 반발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산 구형 반도체가 중국을 거쳐 러시아에 군사용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제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앨런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차관은 이날 하원에서 추가적인 수출 통제 조치를 검토하고 있며 “민감한 미국 기술이 악의적 행위를 하는 이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수출 허가 취소로 나타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클레이 로워리 국제금융연구소 국가안보책임자는 “2019년 트럼프 행정부도 화웨이 관련 기존 수출 허가를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중국 정부의 보복 가능성과 미국 반도체 기업의 손실 등을 고려해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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