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여성암 중 발생률이 가장 높다.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많은 환자들이 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유방암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정기 검진이다. 정기적인 유방 검진을 통해 유방암을 조기 발견하고 치료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2015년 개정된 유방암 검진 권고안에 따르면 40~69세 여성은 증상이 없어도 2년마다 유방촬영술을 이용한 검진을 시행받도록 권고된다. 한국 여성에게 발병하는 유방암은 서구와 달리 40대 환자 비율이 가장 높다. 유방암 발병률을 높이는 주요 위험인자 중 한가지는 늦은 초산 연령이다. 시대적, 사회적 변화에 따라 여성들의 결혼 및 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유방암의 정기 검진 및 예방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임신과 출산은 장기적으로 유방암 발병 위험도를 낮춰주는 인자로 알려져 있다. 반면 출산 직후에는 유방암 위험도가 일시적으로 증가한다는 연구 보고들도 존재한다.
과거에는 임신, 출산 관련 유방암을 가리켜 '임신성 유방암'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임신성 유방암은 일반적으로 임신기간 중 또는 출산 후 1년 이내 유방암으로 진단받은 경우를 의미하는 용어다. 하지만 '임신 중 유방암'과 '출산 후 유방암(산후유방암)'의 특징과 예후가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쌓이면서 학계에서는 더 이상 '임신성 유방암'이란 용어가 사용되지 않고 있다. 임신 중 유방암을 진단받은 경우 일반적인 젊은 여성의 유방암과 특성, 예후가 차이 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만 후 유방암은 주의가 필요하다. 산후 유방암은 일반적으로 출산 후 5~10년 이내 유방암을 진단 받은 환자로 정의된다. 이 시기 발병한 유방암은 예후가 더 불량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출산 후 유방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었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2007~2012년 사이에 첫 아이를 출산한 20~49세 여성 129만 2727명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분만 후 특정 시기 유방암 발생률이 더 증가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2019년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 5년 후 유방암이 발생할 확률은 여성 1만 명당 7.7명이었고 10년 후에는 19.36명까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시간 경과에 따라 유방암 발생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임신 또는 출산에 의한 영향이라기 보다는 연령이 높아지면서 암 발생률도 함께 증가한다고 해석하는 게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또 임신성 당뇨와 임신성 고혈압에 따른 유방암 발생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임신성 고혈압은 유방암 발생과 관련성이 없었지만 임신성 당뇨병 진단을 받은 여성의 경우 유방암 발병 위험이 1.15배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다만 임신성 당뇨병과 유방암 환자의 전체 생존률은 관련 없었다.
유방암 진단 시기에 따른 전체 생존률을 분석한 결과 분만 후 5년 이내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분만 후 5년 이후 유방암을 진단 받은 환자보다 예후가 유의하게 불량했다. 분만 후 5~10년 사이 유방암을 진단 받은 환자의 5년 전체 생존율은 96.0%에 달했지만 분만 후 5년 이내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5년 전체 생존률이 91.1%에 그쳤다. 전체 생존률에 관한 다변량 분석에서도 분만 후 5년 이내 진단된 환자의 사망 위험도는 5~10년 사이 진단된 환자보다 2배 높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임신성 당뇨병 진단을 받은 여성은 유방암 발생 위험도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높다. 특히 분만 후 5년 이내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5년 이후에 진단을 받은 환자보다 예후가 불량하므로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처럼 유방암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고위험군에 대한 세심한 선별검사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불량한 예후를 보이는 분만 후 유방암 환자의 새로운 치료 전략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연구가 시행돼야 한다.
혹시 이 같은 연구 결과가 임신 또는 출산이 유방암 발병 위험도를 높인다는 메시지로 잘못 받아들여질까 우려된다.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해당 연구 결과는 임신, 출산 때문에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출산 후 몇 년 이내 유방암이 발생한다면 예후가 불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시기의 여성들은 가정에서 엄마의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사회인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친다. 예후를 향상시키려면 원인 분석과 함께 새로운 치료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건강한 가정이 있어야 건강한 사회가 존재할 수 있다. 가정에서 가사 및 육아, 그리고 사회에서 일로 바쁜 엄마들은 정작 본인의 건강 관리를 소홀히 하기 쉽다. 내가 건강해야 우리 가족도, 우리 사회도 건강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대한민국의 모든 엄마들이 자신의 건강을 세심하게 챙길 수 있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배수연 서울성모병원 유방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