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약 2조 원을 들여 10여년간 개발한 대형 로켓 H3이 첫 발사에 실패했다. 지난해 10월 '입실론 6호기'에 이어 5개월 만에 또 주력 로켓 발사 시도가 실패로 귀결되면서 일본의 굵직한 우주개발 프로젝트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실패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JAXA는 7일 오전 10시 37분께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H3 로켓 1호기를 발사했다. 1단 로켓 엔진이 순조롭게 연소하며 2단 분리에는 성공했지만 상승 도중 2단 로켓의 엔진이 점화하지 않았다. JAXA는 기체에 탑재된 지구 관측위성 '다이치 3호'를 궤도에 올려놓기 어렵다고 보고 10시 52분께 기체를 파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H3는 JAXA와 미쓰비시중공업이 기존 주력 대형 로켓인 H2A를 대체하기 위해 2014년부터 약 2060억 엔을 투자해 개발했다. 재활용 가능한 대형 부품을 썼다는 점에서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아울러 JAXA는 H3를 미국 주도의 달 탐사 계획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와 일본 주도의 화성 탐사계획 MMX에 투입하려 했지만 이번 발사 실패로 차질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024년도(2024년 4월~2025년 3월) 50호기를 마지막으로 퇴역할 H2A의 뒤를 바로 이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 이날 발사 실패 직후 미쓰비시중공업의 주가는 장중 전날 종가 대비 3% 떨어졌다.
사실 H3는 당초 2020년에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새롭게 개발한 'LE-9' 엔진의 결함으로 일정이 여러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엔진을 보완한 끝에 지난달 17일 발사하려 했지만 보조 발사체인 로켓 부스터(SRB)에 착화 신호가 전달되지 않아 발사 직전 작업이 중단됐다.
우주개발 프로젝트에서 계획 수정과 발사 지연은 으레 발생하는 일이지만, 현지 언론은 일본의 주력 로켓 발사 프로젝트가 최근 들어 잇따라 실패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JAXA는 소형 고체 연료 로켓인 '입실론 6호기' 발사에 실패해 아직까지 원인을 조사 중이다. 닛케이는 "일본은 대형과 소형 2개의 로켓을 쓰고 있는데 (입실론에 이어 H3까지) 모두 실패하면서 향후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며 "일본의 우주 개발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우주정책 등을 연구하는 히로타카 와타나베 오사카대 특임교수도 "이전 취소나 연기와는 달리 이번에는 완전한 실패였다"며 "이는 일본의 미래 우주 정책, 우주 사업과 기술 경쟁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날 대책 본부를 설치하고 JAXA와 원인 규명을 추진하기로 했다. 야마가와 히로시 JAXA 이사장도 발사 실패 당일 오후 2시 10분께 기자회견을 열고 "다수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