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가 예상대로 7일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인수를 위한 공개 매수를 선언하며 반격에 나서자 하이브(352820)도 곧장 재반격을 위한 새 판 짜기에 돌입했다. 하이브는 공개 매수 주관사를 맡았던 삼성증권(016360)과 카카오의 공개 매수에 맞설 2차 공개 매수 전략 검토에 들어갔다. 카카오는 하이브의 1차 공개 매수 당시 SM엔터 지분을 대량으로 사들여 이미 4.9%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최근 SM엔터 주식거래를 둘러싸고 금융감독원이 시세조종 혐의 등을 조사하고 있어 양측 간 경영권 확보전에 적잖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날 “하이브가 첫 번째 공개 매수 실패 후 남은 자금을 활용해 다시 한번 공개 매수에 나설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지난달 10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 SM엔터 공개 매수에서 총 7142억 원의 현금을 준비했다. 하지만 하이브는 공개 매수를 통해 0.98%(280억 원)의 지분만 확보, 준비한 자금을 투입하지도 못한 채 삼성증권 계좌에 예치해놓고 있다.
이달 3일 법원의 3자 유상증자 가처분 금지 인용으로 승기를 가져왔다고 판단한 하이브가 다시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카카오가 이날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SM엔터를 주당 15만 원에 최대 35%의 지분을 공개 매수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카카오는 지난달 28일과 이달 2·3일 등 사흘에 걸쳐 SM엔터 지분을 이미 4.91% 확보해 공개 매수 성공 시 지분율을 최대 39.91%까지 늘리게 된다.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프로듀서의 남은 주식을 포함해 최대 19.43% 지분율에 불과한 하이브 대비 2배가 넘는 수치다.
양 사가 SM엔터 인수전에서 자존심을 건 싸움에 돌입하자 하이브가 실제 남은 자금을 활용해 2차 공개 매수로 맞설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하이브는 공개 매수 계좌에 남은 6791억 원에 추가 현금을 더하고 사실상 동맹 관계인 삼성증권 등에서 브리지론 등의 형태로 총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당장이라도 동원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카카오의 이번 공개 매수 총액인 1조 2500억 원에 맞먹는 규모다. 실제 하이브가 이 자금을 모두 활용하면 주당 15만 원 이상에서 800만 주(약 33%) 이상 추가 공개 매수가 가능하다는 계산까지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플랫폼 공룡과 K팝 1위 기업 간 본격적인 화력포 대결이 시작되면 SM엔터 쟁탈전이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이브가 대항 공개 매수에 나서면 카카오 역시 이미 끈끈한 동맹 관계를 구축해온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화력 부대를 총동원할 수 있다는 예상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이브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하이브가 SM엔터에 대해 2차 공개 매수에 들어갈 자금력은 이미 확보돼 있다”면서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의 결단만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하이브가 또다시 가격을 높여 대항 공개 매수에 나서는 것은 절차상 문제가 없지만 재차 반격에 나서면 그야말로 ‘쩐의 전쟁’이 전개돼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이 최근 SM엔터 주식거래와 관련해 시세조종 혐의점 찾기에 나선 것은 양측 간 경영권 확보전에 또 다른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이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한 것은 하이브의 1차 공개 매수가 진행되던 지난달 16일 사건이 발단이 됐다. 당시 기타법인이 SM엔터 주식을 대량 매집하며 시세가 가파르게 오르자 하이브 측이 조사를 요청한 것이다.
공개 매수 마지막 날인 지난달 28일에도 또다시 기타법인의 대량 매수가 이어지며 시세를 끌어올렸고 카카오가 지난달 28일 SM엔터 주식 매집을 실제로 단행했다고 밝히면서 조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의 SM엔터 지분율이 사실상 5%를 넘어선 것이 아닌지 등 확인하는 것도 금융 당국의 조사 범위에 있다. 당시 기타법인 중 카카오 측 특수관계자가 개입했다면 ‘5% 룰’에 위반될 수 있어서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개인이나 기관이 상장·등록 기업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될 경우 금감원에 5일 이내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 당국은 나아가 카카오 공개 매수 과정에서 반대 세력이 시세조종을 시도했는지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SM엔터를 둘러싸고 카카오와 하이브가 자금력을 총동원해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지만 금융 당국의 조사와 법적 분쟁, 주총 표 대결 등 변수가 산적해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현재로서는 단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