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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스냅샷] 가상자산 피해자 외면하는 국회

/출처=셔터스톡/출처=셔터스톡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를 위한 첫 걸음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다루려고 했으나 정쟁으로 무산됐다. 9일 소위가 다시 한번 잡혔지만 안건 순서에서 한참 뒤로 밀렸고, 결국 시간 내에 논의 되지 못했다. 2021년 11월 디지털자산기본법 공청회가 열리며 입법에 속도를 내는 듯 했지만 벌써 1년 반 가까이 제자리만 맴돈 셈이다.



그 사이 투자자 피해는 계속됐다. 최근 암호화폐 트레이딩 기업 ‘비온와이즈’는 투자자를 속여 자금을 모은 뒤 잠적했는데, 피해액만 100억원에 육박한다. 금융감독원도 대체불가토큰(NFT)을 활용해 투자자를 불법 모집하는 사기 업체가 증가했다며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수사기관이 손놓은 것은 아니다. 암호화폐에 특화된 불공정거래 금지 규정이 없어 범죄 혐의에 일반 사기죄를 적용해보지만, 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암호화폐 사기를 두고 죄의 구성 요건을 일일이 입증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암호화폐 보이스피싱을 단속하기 위해 다음 달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을 발의한다지만 이 역시 대증요법일 뿐, 수많은 암호화폐 범죄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결국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이다. 암호화폐의 기본 정의부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의무·금지행위, 특히 불공정행위와 미인가 영업행위 금지 등 투자 사기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촘촘히 담은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

올 상반기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만들기 위한 골든타임이다. 하반기부터는 내년 총선 국면으로 접어들며 국회가 제 일을 하기 더 어려워진다. 정부도 집권 2년차인 올해가 주요 정책을 밀어붙일 최적의 시기다. 가상자산 시장 육성은 윤석열 정부의 공약이기도 했다.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은 “때는 얻기 어렵지만 잃기는 쉽다”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암흑의 손길은 투자자들을 집요하게 유혹하고 있다. 때를 놓친다면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은 수년이 더 걸릴 수 있고 무수한 피해자들을 양산할 수 있다. 선량한 투자자들을 외면하는 국회와 정부의 직무유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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