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이 혁신성장펀드 출자 사업을 함께 진행할 모펀드 운용사 찾기에 나서자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이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수차례 산업은행과 호흡을 맞춰온 한국성장금융도 이번 출자 사업에 도전장을 던질 계획이어서 위탁 운용사 선정전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진행할 3000억 원 규모 재정 모펀드 출자 사업에 4~5곳의 대형 자산운용사가 제안서 접수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2월 진행된 산은의 재정모펀드 출자에 참여했던 운용사들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산은은 15일까지 제안서 접수를 마감하고 이달 말 최종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산은은 이번 출자 사업에서 2곳의 위탁 운용사를 선정한다. 선정된 운용사는 2000억 원 규모 혁신산업 모펀드와 1000억 원 규모 성장지원 모펀드를 각각 맡게된다. 혁신산업 모펀드와 성장지원 모펀드는 각각 국가전략산업 분야 스타트업, 스케일업(사업 확장)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펀드와 사모펀드(PEF) 출자를 담당한다.
스타트업 투자에 전문성이 있는 국내 자산운용사가 소수인 탓에 이번 출자 사업에 제안서를 낼 곳들도 한정돼 있어 이들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정책 금융기관인 한국성장금융도 제안서 접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재정모펀드 출자 사업에는 한화자산운용과 멀티에셋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등 4곳이 지원했으며 최종 위탁운용사로 한화운용이 선정됐다. 한화운용은 지난해 9월 1500억 원 규모 모펀드를 조성해 산은과 함께 혁신성장 뉴딜펀드 출자사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제안서를 냈던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올 해 출자사업에 지원하려 전담팀을 꾸리고 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대체로 작년에 지원했던 운용사들이 대부분 제안서 접수를 계획하고 있어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올 해는 성장금융도 지원할 가능성이 높아 준비를 더욱 철저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로선 한화운용이 위탁운용사 선정에 있어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운용은 작년 재정모펀드 출자 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고, 이번 출자 사업에 지원할 경우 가산점을 받기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출자사업 공고문에는 작년 재정모펀드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곳을 우대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해당 우대 조항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작년 출자사업 때 흥행을 도모하기 위해 2023년 출자사업에서도 우대한다는 조항을 넣었다"며 "한화운용이 참여하면 가산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출자 사업에서 또 다른 관심 포인트는 성장금융의 위탁운용사 선정 여부다. 성장금융은 그간 성장지원펀드, 정책형 뉴딜펀드 등 정책자금이 투입되는 펀드 출자에 산은의 파트너로 활약해왔다. 금융위원회가 보다 효과적인 출자사업을 목표로 그동안 다양한 펀드 출자 경험이 축적된 성장금융을 임의로 모펀드 운용사로 지정한 때문이다.
이번 출자사업부터는 성장금융도 다른 자산운용사와 같은 조건에서 모펀드 위탁운용사 자격을 확보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올 해 출자사업부터 성장금융도 정당한 절차를 거쳐 위탁운용사 자격을 확보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실제로 금융위는 올해 2월 발표한 혁신성장펀드 조성 계획에서 성장금융이 산은과 출자사업을 공동으로 주관한다는 내용을 삭제한 바 있다. 성장금융 관계자는 “기존 경험을 바탕으로 잘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