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국회를 찾아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의 배상안에 대해 수용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13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전체회의를 열어 양 할머니로부터 정부 배상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합의되지 않은 의사일정이라는 점을 들어 회의를 보이콧했다. 회의 시작 전 국민의힘 소속 김태호 외통위원장과 태영호 의원(간사), 민주당 간사인 이재정 의원이 협의를 진행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재적위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경우 위원회를 열게 돼 있고, 위원장이 회의 개회를 거부할 경우 위원장이 속하지 않은 교섭단체 간사가 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해 사회권을 넘겨받을 수 있다는 국회법 조항을 이유로 단독 개의를 강행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양 할머니는 “이 정부가 뭐하는 정부인가. 대통령이 뭐냐. 옷 벗으라고 하고 싶다”면서 “편안하니 동포들이 마음 편안하게 살게 해야 하는데 이게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정부가 제시한 제3자 변제 방식의 배상금을 받을 것이냐는 물음에는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그런 돈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안에 대한 민주당 소속 위원들의 공세도 이어졌다. 위원장 대신 의사봉을 잡은 이재정 의원은 “피해자와 국민의 의견을 묵살한 채 일방적으로 강제동원 해법 정책이 발표됐고, 또 다른 정상외교에 나서는 상황에서 국회가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조정식 의원도 “1910년 일제에 의해 우리 국권을 상실한 경술국치 이후 최악의 국가적 치욕이자 굴욕외교”라며 “대법원 판결을 우리 정부 스스로가 무력화한 사법주권 포기 행위이자, 윤석열 정권의 뒤틀린 역사 인식에서 나온 참담하고 굴욕적인 해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원내대표인 박홍근 의원 또한 “굴욕적 해법안에 대해 국회에서 강력하게 규탄결의안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이든 외교부 장관이든 삼권분립을 부정하고 입법적 치유 없이 강행하는 것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직전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 의원은 여당 위원은 물론 박진 외교부 장관도 불참한데 대해 “국가 대사를 앞두고 정부·여당이 출석하지 않고 국회를 포기했다는 것에 대단히 유감”이라며 “국민의 대의기관이 국민을 대변하는 스스로의 권리와 의무를 포기한 것”이라고 짚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가 오는 16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정상회담에 영향을 주기 위한 의도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외통위 위원들은 별도 성명에서 “민주당은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를 합의 없이 다수 의석을 내세워 일방적으로 개회했다”며 “민주당 처사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무용하게 한 것이며 국민 권리를 완전히 저버린 것”이라고 반발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의회 독재, 의회 횡포의 길을 당장 멈추라”며 “정략적 국회, 이재명 방탄을 위한 국회에서 벗어나 오로지 국익을 위한 국회로 돌아오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