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통일 교육 기본 지침서에 “한반도 내의 유일 합법 정부”라는 표현이 부활했다.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입각한 통일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북한의 인권·군사 실태를 전하는 내용도 대폭 보강됐다.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이 14일 공개한 ‘2023 통일 교육 기본 방향’에 따르면 한반도 분단 배경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1948년 12월 유엔은 대한민국 정부를 한반도 내의 유일 합법 정부로 승인했다”는 서술이 5년 만에 부활했다. 문재인 정부였던 2018년 8월 통일부는 통일 교육 지침서에서 해당 표현을 삭제하는 대신 “1948년 남과 북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두 개의 정부를 각기 수립했다”고 표현했다.
자유·인권 등 인류 보편적 가치에 입각해 북한의 핵 위협, 인권 실태를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데에도 초점을 맞췄다. 지침서는 “북한 주민의 시민·정치적 권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침해받고 있다”며 “김정은 정권 들어서는 독재 체제 유지를 위한 핵·미사일 개발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북한의 핵 무기 개발에 대한 5년 전 평가(“군사력 우위를 확보하여 대외적으로는 협상수단으로 활용하고 내부적으로 체제 결속을 도모하고 있다”)에서 ‘협상수단’이 삭제되고 ‘독재 유지’가 부각된 셈이다.
아울러 북한이 핵 개발을 지속하는 한 협력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단호한 대북관도 드러냈다. 지침서는 “북한 정권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군사적인 위협을 가해올 경우 북한은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경계의 대상”이라며 한반도 평화협력체제 구축에 협조할 때 비로소 “협력의 상대”가 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북한과의 관계를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경계의 대상이지만 통일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협력의 상대”라고 정의내린 바 있다.
6·25전쟁에 대한 내용도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간행된 2018년판에서는 해당 전쟁에 대해 ‘북한의 남침으로 발생했다’는 내용만 간략히 적혔다. 반면 2023년판에서는 ‘북한은 남침을 위한 치밀한 군사적 준비와 함께 중국과 소련의 군사적 지원을 받아 기습적 남침을 강행했다’고 서술했다. 2023년판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고취를 통일 교육의 기본 방향으로 명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우리가 구상하는 통일 한반도의 미래는 국가 구성원 모두가 주인이 되고 구성원 개개인의 자유와 복지, 존엄성이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이 명시됐다.
통일교육원 측은 “헌법적 원칙을 분명하게 강조하고 통일 준비 과정에서 미래 지향적 관점을 확충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