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서울 도심의 8000억 원대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 인수를 추진한다. 지난해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를 포기한 이후 미래에셋운용의 첫 대형 부동산 거래다. 미래에셋운용은 아울러 싱가포르의 리츠 운용사도 인수해 국내외에서 동시에 대체투자 확대에 나섰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을지파이낸스센터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아이비네트웍스는 ‘을지파이낸스센터(EFC)’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에 미래에셋운용을 선정했다. 거래 규모는 3.3㎡당 4150만 원이 적용돼 총 8100억 원 수준이다. 매각 자문사는 세빌스코리아가 맡았다.
EFC는 지하 7층~지상 24층 연면적 6만 4989.63㎡ 규모로 건설된다. 을지로3가역과 가깝고 오피스 수요가 많은 서울 시내 핵심업무권역(CBD)에 위치해 있다.
이번 거래에는 미래에셋운용을 포함해 삼성SRA자산운용·코람코자산운용 등 대형 부동산 운용사들이 막판까지 입찰 경쟁을 벌였다. 미래에셋운용은 자금 조달 등에서 강점을 보이며 인수 우선 협상자로 선정됐다. 미래에셋운용은 향후 이 건물에 직접 입주하는 것뿐 아니라 리츠(REITs)를 활용한 매입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래에셋운용의 서울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 매입은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 무산 이후 처음이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해 5월 리츠를 설립해 IFC를 4조 1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소유주인 브룩필드자산운용과 협상을 타결했으나 정부가 리츠 승인을 불허하면서 올해 1월 인수가 최종 불발됐다.
IB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대형 오피스와 호텔 등에 투자해온 미래에셋이 대형 거래를 재개할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금융그룹이 계열사 역량을 동원해 인수금 조달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면서 딜(deal) 성사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또 싱가포르 리츠 운용사인 ‘매뉴라이프 US 리얼에스테이트 매니지먼트(MUSREM)’ 인수전에서 우선협상자로도 선정돼 해외 사업 확대의 발판을 마련했다. MUSREM은 캐나다 대표 금융그룹인 매뉴라이프파이낸셜(MFC) 계열의 리츠 운용사로 ‘매뉴라이프 US 리츠’를 운용하고 있다. 해당 리츠는 2016년 싱가포르증권거래소(SGX)에 상장됐으며 지난해 말 기준 미국 내 12개 오피스 빌딩을 기초자산으로 담고 있다. 인수가격은 2000억 원 안팎으로 전해졌다.
한동안 대형 딜에 소극적이던 미래에셋증권과 운용의 사모투자 조직도 활동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미래에셋운용 프라이빗에쿼티(PE)는 KT클라우드 소수 지분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룹의 지주사 격인 미래에셋캐피탈은 최근 미래에셋벤처투자의 2대 주주로 올라서며 벤처 투자에 힘을 주고 있다.
다만 미래에셋이 지난해 IFC 인수 과정에서 납입한 이행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은 대형 투자사로서 위험 요인이다. 미래에셋은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SIAC)에 이행보증금 반환을 위한 국제분쟁 중재를 신청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SIAC가 브룩필드의 손을 들어준다면 미래에셋은 이 자금을 몰취 당할 뿐 아니라 신뢰를 잃으며 앞으로 투자 제안 받을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을 포함해 대체투자 시장이 침체되면서 이 분야의 강자인 미래에셋그룹의 본업이 다소 침체됐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해외 계열사를 통한 수익이 받쳐주면서 전체 순익은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투자 재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충희 기자 midsun@sedaily.com, 박시은 good4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