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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어떻게 공공 담론을 생산할까, 세자드 다우드 개인전

세자드 다우드 개인전. 사진=서지혜 기자세자드 다우드 개인전. 사진=서지혜 기자




공공 예술로서 건축은 한 시대를 가로지르는 미술 사조와 공학 지식이 반영된 실생활의 터전이다. 역사가 오래된 건축물은 당대의 학문과 미술, 삶을 그대로 보존한다. 하지만 건축물은 시간이 지나며 노후하고 바스라진다. 특히 제아무리 예술성을 가진 건축물이라도 부동산이라는 실물 자산과 결합되면 정책과 자본가의 힘에 의해 역사의 뒤안길로 소리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인도와 파키스탄 출신의 부모 밑에서 성장해 런던에서 자란 세자드 다우드는 오래 전부터 이런 건축물의 이종의 융합성에 집중해 왔다. 지난 2022년 피파(FIFA) 카타르 월드컵 당시 그는 카타르의 공공미술 설치 프로젝트에 참여해 지역의 역사적 건축물로부터 차용한 형태를 놀이기구로 변형시킨 구조물, ‘도하 모던 플레이그라운드’를 선보였는데, 이 작품은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이자 건축사적 정보를 전달하는 ‘공공 미술관’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번에 서울 삼청동 바라캇컨템포러리에서 열린 세자드 다우드 개인전 ‘인터그레이션(intergration)’은 특정 지역의 지리적 환경과 역사적 정체성을 담은 건축물에 대한 탐구의 일종이다. 지금까지도 작가는 회화, 직물, 영상, 디지털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사회의 다양한 문제적 현상을 중심으로 작품활동을 펼쳐왔다. 기후변화, 해양복지, 난민, 민주주의 등 현대의 문제의식을 파고들어 미학적 확장을 도모하는 게 세자드 다우드의 예술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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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선택은 오랜 관심사인 공공 건축이다. 이번에 국내에서 처음 발표한 신작 회화 15점은 인도, 캄보디아, 이란, 이집트, 가나, 멕시코, 일본 등 남반구 각국의 20세기 모더니즘 건축 유적에 반영된 역사적, 지리적, 환경적 정체성을 고찰한다.

작가는 황마 소재의 직물 위에 건축물을 강렬한 색으로 표현한다. 건축물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분할과 형태의 조합을 거듭하는데 이렇게 재구축된 이미지에는 건축가의 이름을 본뜬 새로운 이름이 붙는다. 인도 구자라트주 아마다바드 소재의 아마다바드인도경영대학원을 전사한 ‘웬 루이스 멧 아메드(When Louis Met Ahmed)’는 건물을 설계한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루이스칸과 건물이 자리한 도시의 이름에서 기인한다. 루이스 칸의 걸작으로 평가되는 이 건축물은 캠퍼스 재건축 과정에서 철거가 시도됐고, 유산 파괴 반대의견이 강력하게 제기되면서 논란이 되는 공간이다. 작가는 건축을 “관대함의 행위”로 규정한다. 인간과 사물, 사건과 현상, 과거와 미래를 포괄하는 공간으로서 건축물은 때로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선다.

전시는 4월 23일까지 서울 삼청동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열린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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