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대 은행인 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BofA)·웰스파고의 비이자 수익 대부분은 국내 은행이 아예 할 수 없거나 영위가 어려운 사업에서 창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금융감독원에서 진행된 ‘2023년도 은행 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박영호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파트너는 ‘은행업의 새로운 현실’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BCG 분석에 따르면 미국 3대 은행의 지난해 비이자 수익은 총 1333억 800만 달러(약 173조 원)로 총수익의 44.8%를 차지했다. 이들은 특히 카드사·자산운용사·증권사 등이 수행하는 비은행 업권에서 높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JP모건과 BofA의 경우 지난해 전체 비이자 수익 중 자산관리·중개 수익의 비중이 각각 29.5%, 37.4%를 차지했다.
박 파트너는 “자산관리·중개 수익은 자산운용사·증권사 등이 취급하는 일임업, 신탁·자문업 관련 영역이라 국내 은행들은 하기 어려운 사업”이라며 “예금·대출·모기지 수수료 이익도 미국에서는 계좌 사용이나 이체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 당연한 문화라 가능한데 국내에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마켓메이킹이나 투자은행(IB) 부문도 미국의 경우 자본시장 자체가 크고 활성화 수준이 높지만 국내 환경에서는 한국 은행들이 참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BCG가 미국 3대 은행이 국내와 유사한 환경에 놓였다고 가정하고 수익 구조를 재분석한 결과 이들 은행의 순이자 수익 의존도는 기존 55%에서 67%로 12%포인트나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금융 당국의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설명회에 참석한 은행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이자 이익이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는 와중 미국과 한국의 사례를 비교한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현재 운영 중인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과제 중에 은행의 비이자 수익 제고 부분도 있는데 금융 당국에서도 같이 긍정적인 목소리를 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검사1국장은 “금융 당국도 은행의 비이자 수익 관련 자료를 비롯해 해외 은행들이 어떤 식으로 하는지 등 자료를 모으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정리가 되면 앞으로 발표를 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준환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아이디어가 있을 경우 은행권에서 의견을 전달해주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2019년 이후 4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실시한 이번 설명회에는 은행 및 은행 지주회사, 은행연합회 등 은행권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