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을 열고 한일 관계와 관련해 “과거는 직시하고 기억해야 한다”라며 “그러나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양국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가장 가깝게 교류해 온 숙명의 이웃 관계"라며 “독일과 프랑스도 양차 세계대전을 통해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키면서 적으로 맞서다 전후 전격적으로 화해하고, 이제는 유럽에서 가장 가깝게 협력하는 이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관계도 이제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라며 “친구 관계에서 서먹서먹한 일이 생기더라도 관계를 단절하지 않고 계속 만나 소통하고 이야기하면 오해가 풀리고 관계가 복원되듯이 한일관계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이견이 생기더라도 한일 양국은 자주 만나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협력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정부를 겨냥해 “전임 정부는 수렁에 빠진 한일관계를 그대로 방치했다”라며 '그 여파로 양국 국민과 재일 동포들이 피해를 입고, 양국의 안보와 경제는 깊은 반목에 빠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 역시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편한 길을 선택하여, 역대 최악의 한일관계를 방치하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다”라며 “하지만 작금의 엄중한 국제정세를 뒤로 하고, 저마저 적대적 민족주의와 반일 감정을 자극해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 한다면, 대통령으로서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965년 박정희 대통령은 한일 간 공동의 이익과 공동의 안전, 그리고 공동의 번영을 모색하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게 되었다면서 한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하였다"라며 “당시 굴욕적이고 매국적인 외교라는 극렬한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박 대통령은 피해의식과 열등감에 사로잡혀 일본이라면 무조건 겁부터 집어먹는 것이 바로 굴욕적인 자세라고 지적했다”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그리고 한일 국교 정상화가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는 우리의 자세와 각오에 달려있다면서 끝내 한일 국교 정상화라는 과업을 완수하였다”라며 “박 대통령의 결단 덕분에 삼성, 현대, LG, 포스코와 같은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이는 한국경제의 눈부신 발전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그 후, 부침을 거듭하던 한일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은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었다”라며 “김 대통령은 오부치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선언했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 방문 연설에서 역사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불행했던 것은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7년간과 식민 지배 35년간이었다면서,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천 5백 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