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고전 ‘파우스트’가 연극으로 재탄생한다. 번득거리는 눈매를 지닌 악마 ‘메피스토’의 속삭임에 인간 ‘파우스트’는 고뇌한다. 만사를 통달했지만 지루한 삶을 이대로 마칠 것인가, 미지 속 쾌락의 삶을 영혼과 교환할 것인가.
오는 31일 개막을 앞둔 연극 ‘파우스트’가 지난 21일 LG아트센터 리허설룸에서 장면 시연 후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파우스트’ 역을 맡은 배우 유인촌은 “250년 전 작품이지만 앞으로의 미래를 보여줄 수 있도록 쓰인 작품”이라면서 “우리가 ‘파우스트’를 봐야 하는 이유는 우리 자신을 거울처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극 중에서 젊음과 나이듦을 오가는 ‘파우스트’ 역은 배우 유인촌과 박은석이 2인 1역으로 분한다. 유인촌은 1996년 상연된 연극 ‘파우스트’에서 악마 ‘메피스토텔레스’ 역을 맡은 후 27년 만의 복귀다. 그는 “‘파우스트’가 인간으로서는 최상이지만 무엇인가 더 얻으려고 하고, 그러면서도 격이 높아야 하는 등 고려할 사항이 많은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묘약을 마신 후 젊어진 ‘파우스트’는 박은석이,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순수한 여인 ‘그레첸’은 배우 원진아가 연기한다.
영혼을 노리는 악마 ‘메피스토’는 쉴 새 없이 ‘파우스트’를 향해 움직인다. ‘메피스토’의 냉기 어린 카리스마를 연기하는 배우 박해수는 5년 만에 연극 무대로 복귀한다. 그는 앞서 드라마 ‘오징어 게임’·‘수리남’을 통해 대중과의 접점을 넓힌 바 있다. 박해수는 “‘메피스토’에 대한 고민은 꼭 악함이라는 것보다는 악의 평범성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악한 인물들도 그 시초에는 어떤 씨앗이 뿌려졌을 것인지 고민하면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극은 고전의 현대적 해석을 꾸준히 시도해온 양정웅 연출이 이끈다. 양정웅 연출은 앞서 연극 ‘코리올라누스’·'페르 귄트'·'햄릿' 등을 연출하며 고전 속 인간상이 제시하는 고찰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왔다. 이날 간담회에서 그는 “다시금 고전이 주목받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고전은 시대·공간·언어를 뛰어넘어서 인간의 본질을 다루고 있다.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도 현실적인 생존과 치열한 삶 등 현대인의 마음 속을 그대로 꿰뚫어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우스트’는 마곡지구로 이전한 LG아트센터 서울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연극이기도 하다.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29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