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24일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배경에는 테슬라를 비롯한 미국 전기차 회사들의 강력한 공급 요청이 자리 잡고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이후 미국 전기차 회사의 배터리 생산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원통형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파트너사로 LG엔솔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권영수 LG엔솔 부회장은 “이번 애리조나 독자공장 건설이 빠르게 성장하는 북미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확실하게 선점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통형 배터리의 최대 고객사인 테슬라는 LG엔솔·파나소닉·CATL 등 3개 업체에서 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CATL의 경우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 미국의 대중국 규제까지 받아 북미 생산 차량에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파나소닉도 현재 대부분의 생산 제품을 테슬라에 공급하고 있어 늘어나는 전기차 생산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양질의 원통형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업체로 LG엔솔이 부각되는 이유다.
테슬라 외에도 루시드를 비롯한 미국의 신규 전기차 스타트업들은 이미 LG엔솔의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초 LG엔솔이 인플레이션 등 경영 환경 악화에 따른 투자비 급등으로 애리조나주 투자를 재검토하기로 했지만 테슬라를 비롯해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물량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투자비 상승이라는 요소를 감안하더라도 계획된 공장 규모를 더 확대해 고객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LG엔솔은 풍부한 원통형 배터리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2025년부터 차질 없이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LG엔솔은 1998년부터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하며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업그레이드해왔다. 현재 국내 오창 공장과 중국 난징 공장에서 원통형 배터리를 활발히 생산하고 있으며 생산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LG엔솔은 애리조나 공장 신설로 주요 거점 지역에 모두 원통형 생산 기지를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탄탄한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테슬라를 비롯해 루시드·니콜라·프로테라·리비안 등 주요 전기차 기업들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LG엔솔은 주력 제품인 2170 원통형 배터리 생산 외에도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인 4680 연구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는 만큼 파우치에 이어 원통형 시장에서 확고한 선두 지위를 확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LG엔솔은 2026년까지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용 배터리 생산 공장을 완공해 급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ESS 시장도 공략할 예정이다. 북미 시장은 IRA 시행을 계기로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북미 ESS 시장은 2021년 14.1GWh에서 2030년 159.2GWh까지 10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