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라고 해도 단돈 100만원으로 한국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겁니까."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이 27일 국회 앞에서 열린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발의안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조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들과 대표 발의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은 외국인근로자가 가사근로자를 하면 최저임금법 적용을 제외하는 게 골자다. 조 의원은 이 발의안에 대해 "청년 세대를 위한 법"이라며 "최저임금 적용을 없애면 월 100만원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법안으로 외국인근로자의 한국 생활이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조 의원안에 대해 가사근로와 종사자에 대한 차별을 지적했다. 가사도우미는 올해 6월 관련 법 개정으로 인증기관 근로자에 한 해 최저임금 등 근로기준법상 기본적인 근로권을 얻었다. 근로기준법 제정 이래 70년 만이다. 한복남 라이프매직케어협동조합 이사장은 "가사근로자는 (법 제정 전) 그림자 노동을 하면서 살아왔다"며 "(조 의원안은)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한 가사노동자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명희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소속 활동가도 "(조 의원의 설명처럼) 아이를 돌보는 일이 100만원 가치인가"라며 "왜 아이를 걱정하는 부모 마음을 100만원으로 치환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조 의원안은 정부가 가사근로자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법과 제도를 역행한다는 것이다.
조 의원안을 두고 외국인근로자의 차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충재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한국에는 약 50만명의 불법체류자가 있다"며 "이들은 더 나은 임금이 아니라 더 나은 근로조건에서 일하기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근로자의 열악한 처우는 고질적인 노동 문제다. 고용노동부가 2021년 농·어업분야 외국인 노동자의 주거환경을 실태조사한 결과 10명 가운데 7명(69.6%) 가까이가 컨테이너나 조립식 패널 등 가설 건축물에서 지낼 정도였다. 일명 닭장 기숙사라는 말까지 돈다.
그러나 이들은 사업주에 종속된 상태여서 고용 불안감이 너무 크고 언어 미숙 등으로 제대로 문제 제기조차 못하는 실정이라고 노동계는 지적한다. 게다가 한국에서 일을 하다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외국인 근로자는 5년간 500여명이 넘었다. 최근 조사도 마찬가지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작년 12월 발표한 이주노동자 545명 실태조사에 따르면 22.2%는 욕설과 폭언을 겪었고 21.7%는 임금차별을 당했다. 45%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했고, 47.2%는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외국인근로자 보호를 늦추면 이런 상황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태중 센터 연구위원은 "그동안 법과 제도는 이주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개선됐다"며 "지금도 많은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로 여건에 갇혀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