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토부 '車 보험 첩약 처방 10→5일' 추진에…한의사들 ‘발끈’

30일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분쟁심의위서 논의

한의협, 국토부에 거센 항의…삭발·단식 추쟁 돌입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이 지난 25일 국토부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삭발식을 거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한한의사협회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이 지난 25일 국토부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삭발식을 거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한한의사협회




정부가 교통사고 환자의 자동차보험 첩약 최대 처방일수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한의사 단체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불필요한 첩약 처방에 따른 자동차 보험금 지출을 줄이겠다는 취지인데, 한의계가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손해보험업계가 맞불을 놓으며 갈등이 일파만파 커지는 모양새다.

27일 정부와 대한한의사협회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오는 30일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분쟁심의위원회를 열고 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첩약 처방 일수를 10일에서 5일로 줄이는 방안을 심의한다. 일부 한의원이 교통사고 환자에게 필요 이상의 첩약을 처방하면서 자동차 보험금이 과도하게 지급되고 있어, 1회 처방일수의 상한선을 낮추겠다는 게 국토부의 의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는 1조 4636억 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58.2%를 차지했다. 2019년 9569억 원, 2020년 1조 1239억 원, 2021년 1조 3066억 원 등으로 매년 10%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1조 2573억 원이던 양방진료비가 지난해 1조 506억 원까지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경상환자(상해급수 12~14급)의 평균 한방진료비는 108만 3000원으로 양방 33만 5000원의 3.2배에 달했다. 그간 보험업계는 경미한 증상의 환자임에도 약침, 첩약, 한방물리요법 등을 동시에 처방하는 등 과잉진료가 만연하다 보니 보험금 증가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종국에는 일반 소비자들의 보험료가 오르면서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시각이다. 정부도 이러한 논리에 공감하면서 관련 내용이 심의위 안건에 오르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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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이 27일 용산에서 국토교통부의 자동차보험 개정 추진 철회를 요구하며 1인 시위 중이다. 사진 제공=대한한의사협회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이 27일 용산에서 국토교통부의 자동차보험 개정 추진 철회를 요구하며 1인 시위 중이다. 사진 제공=대한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23일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위원회가 한의계와 사전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심의회 개최를 통보했다"며 "자동차 사고 환자들의 치료받을 권리를 무참히 짓밟는 개악"이라고 분개하고 있다.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지난 25일 국토부를 향해 "자동차보험 개정 개악을 철회하라"고 항의하며 삭발식을 가진 뒤 단식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이날 오전 온라인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부가 과학적 근거 없이 보험회사의 이익 확대를 위해 교통사고 환자의 첩약 1회 처방일수를 절반으로 줄이려 하고 있다"며 "환자에게 충분한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첩약 1회 최대 처방일수가 절반으로 짧아진다면 그만큼 환자에게 충분한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고, 그 피해는 환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분쟁심의회 개최를 취소하고 교통사고 첩약 1회 최대 처방일수 변경 추진을 원천무효하라"며 "3만 한의사들의 정당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자동차진료비 중 양방 점유율이 감소하고 한방 점유율이 증가한 원인은 과잉치료가 아니라, 내원 환자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란 게 한의협의 논리다. 이날 오후부터는 용산 대통령실과 국토교통부 서울사무소 등에서 1인 시위도 전개하고 있다. 29일에는 국토교통부 앞 집회를, 심의회가 예정된 30일에는 범한의계 총궐기대회를 계획 중이다.

만 보험업계의 기세도 만만치는 않다. 손해보험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한의계는 한방 과잉진료 개선에 대한 국민과 범사회적 요구에 즉시 동참하라"고 응수했다. 무조건적인 1회 10일 처방이 자동차보험료 인상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사실상 전 국민에 해당하는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부담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협회는 "(국토부의 이번 조치는)무조건적인 1회 10일 처방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환자의 상태에 따라 1회에 5일분씩 처방하자는 것"이라며 "한의계가 환자의 치료 권리를 빼앗기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면서 전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의계 주장은 단지 그들의 경제적 이익만을 목적으로 한 일방적인 입장에 지나지 않는다"며 "국민과 교통사고 환자를 속이면서 정부를 협박하는 행위를 멈추고, 국민과 사회의 개선 요구에 즉시 동참하라"고 덧붙였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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