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이 높은 지역에서도 노인 인구의 사망자 비중이 크거나 가임 여성의 규모가 적으면 인구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고령층의 노동이 늘면서 생애 주기 중 적자 진입 연령은 최근 10년 새 61세까지 올라갔다.
27일 통계청이 발간한 ‘통계플러스 봄호’에 따르면 2000~2020년 시군구 단위 평균 합계출산율이 상위 25% 이내인 지역 가운데 인구 규모가 감소한 곳은 총 36곳으로 집계됐다. 이들 지역은 평균 인구 규모가 4만 3197명으로 다른 유형보다 평균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실제 인구가 감소한 지역 중 합계출산율 상위 5곳(해남·장성·완도·강진·보성)과 인구가 증가한 지역 가운데 상위 5곳(당진·거제·기장·아산·진천)을 비교해본 결과 대체로 인구 규모가 작고 관측 기간 자연적·사회적으로 인구가 감소했다. 장인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합계출산율이 높아도 사망자 수가 많아서 결과적으로 인구가 증가하지 못한 것”이라며 “그만큼 인구 고령화가 심화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지역은 상대적으로 15~49세 여성 인구 수가 적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 출생아 수가 동일하더라도 출산율이 높게 나타난 측면도 있다”며 “출산율만으로는 지역 인구 동태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생애주기 적자 진입 연령 56세→61세
생애 주기 중 노동기간도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점점 더 길어지는 추세다. 통계청이 분석한 1인당 생애 주기 적자(2010~2020년) 그래프에 따르면 고령층의 노동 소득 적자 구간 재진입 연령은 2010년 56세에서 2020년 61세로 올라갔다. 반면 이 기간 흑자 구간 진입 연령은 27~28세로 큰 변동이 없었다.
연령당 생애 주기 적자 그래프는 노동 소득 없이 공공 이전·민간 이전을 통해 소비가 이뤄지는 1차 적자 구간(유년기)과 노동 소득이 발생해 소득이 소비보다 많아지는 흑자 구간, 이후 노동 소득이 점차 줄면서 다시 정부의 사회보장제도 혜택 등을 통해 소비가 이뤄지는 2차 적자 구간(노년기)으로 나뉜다. 이는 과거보다 건강 수준이 양호한 고령층이 노동시장에 오랜 기간 머물며 노동을 이어간 영향으로 해석된다.
청년 취업 수도권 비중, 20년간 50%→56%
아울러 청년 인구의 수도권 집중도는 더욱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2021년 청년 취업자의 수도권 분포 비중은 50.8%에서 56.4%로 5.6%포인트 올라간 반면 비수도권의 청년 취업자 비중은 43.6%로 내려갔다.
특히 통계청은 “디지털 산업을 중심으로 수도권 집중 현상이 일관성 있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이 2019년 기준 수도권과 비수도권 디지털 산업의 사업체 수를 2006년과 비교한 결과 수도권에서는 디지털 심화 정도가 높은 산업이 47.6%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비수도권에서는 디지털 심화 정도가 중간 단계에 있거나 낮은 산업이 39.1%로 최고 증가율을 보였다. 통계청은 “디지털 산업 관점에서 봐도 사업체의 수도권 쏠림이 심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