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웰엔딩 라이프' 준비 빠를수록 좋다

허창언 보험개발원장





한때 ‘998834’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99세까지 88(팔팔)하게 살다가 3일 앓고 죽었으면(死) 좋겠다’는 건강을 바라는 노년의 소망을 담은 표현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건강에 품격까지 더한 ‘웰엔딩라이프(Well-Ending Life)’가 등장했다.

화목한 가정,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야 외롭지 않고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친목 활동을 위한 품위 유지비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웰엔딩라이프를 유지하려면 건강뿐 아니라 재정적 안정이 필수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온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고 출산율은 가장 낮은 국가다. 나아가 국민연금은 2041년부터 적자가 시작되고 2056년에는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돼 앞으로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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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러한 이야기를 미래의 일이라고 애써 미루고 먹먹한 마음을 묻어둔 채로 지내고 있다. 우리의 노년은 정말 아무런 희망도 없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대비한다면 미래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국민연금의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추세를 보면 예상되는 시기보다도 이른 시기에 기금이 소진될 수 있다. 또한 국민연금 외에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 스스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이를테면 개인연금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충분히 늘려 더 나은 노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고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정책 변화와 더불어 개인이 준비해야 하는 노후소득 대비 방향을 제시해줘야 한다.

개인들은 스스로 적극적인 노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대한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파이어족(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는데 이 역시 경계해야 할 세태라고 생각한다. 파이어족은 빠르게 자산을 축적해 빠르게 은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지금과 같은 고령화 진전 추세를 볼 때 우리는 예상한 것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다. 따라서 노후에 필요한 자금은 지금보다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노후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근로소득이 끊기는 60세 이후 40년을 자본소득으로 살아야 한다. 노후소득 보전을 위해 근로소득이 있는 시기에는 최대 900만 원까지 세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과 퇴직연금 IRP 상품을 적극 활용하기를 권장한다. 소득이 없는 시기에는 소유 주택을 이용해 노후 자금으로 활용하는 주택연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소득 활동이 왕성한 시절부터 충분히 준비해 보다 많은 실버 세대가 웰엔딩라이프를 누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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