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아래층 연탄가스에 잠자던 윗층 가족 사망…법원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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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석탄공사 소유 삼척 아파트에서 2년 전 발생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2021년 2월 20일 저녁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A(18)양과 B(19)군은 강원 삼척시 도계읍 한 아파트 4층에서 술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

이튿날 A양은 싸늘한 주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B군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저산소성 뇌 손상 진단을 받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모두 '일산화탄소 중독'이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아닐까' 하는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당시 A양 등은 불을 피우거나 별도로 난방기구를 사용하지도 않았고, 극단적 선택으로 의심되는 어떠한 흔적도 없었다.

문제는 '보일러실'에 있었다.

연탄보일러를 사용하는 아랫집과 이어진 연통 배관의 노후화 탓에 연결 부분이 분리되어 있었고, 하단 부분은 부식 돼 있었다.

국과수에서 일산화탄소 검출 여부를 시험한 결과 아랫집에서 연탄보일러를 가동했을 때 배관 연결이 분리된 부분에서 무려 3만3450ppm이, 부식된 부분에서 245ppm 등 높은 수치의 일산화탄소가 검출됐다.

일산화탄소 농도가 1600ppm인 상태로 2시간이 지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높은 수치다.

사고가 난 아파트는 1986년 연탄보일러를 사용하도록 지어졌고, 연통 배관은 5개 층 모두 이어져 있었다.



A양 등이 머문 4층 집은 가스보일러로 교체했으나 보일러실 한편에 설치된 구멍 난 석고보드 안쪽에는 낡아서 분리되거나 부식된 배관이 그대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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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석탄공사는 이 아파트를 직원들에게 사택으로 제공했으나 폐광지역 주민 복지 차원에서 공실 중 일부는 일반인에게 무상 또는 유상으로 임대했다.

지인 C씨의 일을 도와주면서 이 아파트를 함께 사용했던 B군은 A양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그러나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배관 이탈은 통상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대한석탄공사 측에 어떠한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불입건' 결정을 내렸다.

이에 A양의 유족과 B군은 "배관의 '소유자'인 석탄공사가 정기적으로 배관을 점검하거나 가스 유출에 대비한 점검 장치를 설치하는 등 사회 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안전조치를 소홀히 했다"며 총 10억여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냈다.

반면 석탄공사 측은 "연탄가스로 사망했는지 정확하지 않다"라거나 "보일러 부속품인 배관은 입주자가 '점유·관리'한 것이므로 공사가 책임을 부담하는 공용부분에 해당하지 않고, A양과 B군이 무단 입실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부인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재형 부장판사)는 "사고의 원인이 배관에서 유출된 연탄가스 때문으로 보이며, 문제의 배관은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하자가 존재한다"며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배관은 구조상 아파트의 공용부분에 해당하므로 석탄공사가 배관의 소유자이고, 석탄공사 내규상으로도 배관 관리 책임은 회사에 있다고 봄이 타당함에도 최소한의 안전조치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A양이나 B군이 임차인은 아니지만, '직접점유자'와 같은 지위에 있다고 봤다.

그 근거로 B군의 지인 C씨가 석탄공사 측에 아파트 사용을 허락받고자 직원에게 연락했으나 석탄공사에서 1년 8개월 이상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는 등 무상 거주자들을 용인하거나 묵인해온 점 등을 들었다.

다만 복지 차원에서 일반인에게 아파트 일부를 임대한 점과 C씨로부터 보증금 등 경제적 이득을 얻지 않은 점, A양과 B군 역시 무상으로 이용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점 등을 참작해 손해배상 책임을 30%만 인정했다.

이에 석탄공사 측에 "A씨 부모와 B씨에게 각각 2억여원과 약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황민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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